여섯 커플 중 평균 1쌍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불임시대에 인간배아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성공적으로 시작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BBC에 따르면 영국 셰필드 대학 줄기세포생물연구소 연구팀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 인간생식ㆍ태생학 학회 연례회의에서 인간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가 되기 직전의 원시생식세포(Primordial germ cell)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의 해리 모어 박사는 “10년 정도가 더 걸릴 이번 연구가 모두 성공으로 끝날 경우 체세포 핵 이식으로 만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 이를 난자와 정자로 분화시켜 불임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뿐만 아니라 치료복제에 사용되는 난자를 기증 받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이를 얻어내는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과 일본의 공동 연구팀은 쥐의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데 성공한 적이 있으나 인간배아 줄기세포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는 불임환자가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만들지 못하는 원인을 규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불임치료를 위한 시험관 인공수정(IVF)에 쓰고 남은 배아를 기증 받아 추출한 줄기세포주 6개와 미국 위스콘신 대학으로부터 받은 줄기세포주를 세포구(embryoid body)로 불리는 세포덩어리로 배양한 뒤 어떤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했다. 2주 후 세포구 중 극소수가 원시생식세포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들을 발현시키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또 일부 세포는 성숙한 정자에서만 발견되는 단백질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원시생식세포로 분화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모든 종류의 조직과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배아줄기세포 중에서 원시생식세포로 분화하는 세포를 어떻게 선별하고 어떤 방식으로 원시생식세포로 전환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원시생식세포로부터 추출한 정자와 난자로 인공수정을 실용화하기 까지는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의학윤리전문가인 애너 스마즈도어 박사는 “시험관 아이가 세계에서 처음 태어난 지 27년이 지난 불임시대에 가장 도전적인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마즈도어 박사는 “남자의 체세포로 난자를, 여자의 체세포로 정자를 만들 수 있다면 동성애 커플이 두 사람의 유전인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하는 등 윤리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독신남자나 독신여자도 이 기술로 자신의 아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 질 경우 새로운 인간복제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스마즈도어 박사는 지적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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