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대 국군병원에 분산돼 있던 GP내 총격 사건 사망자의 시신들이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20일 오전 6시30분께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한곳에 모두 안치됐다.
오전 4시10분께 일동병원에 있던 김종명 중위의 시신이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오전 6시10분께 전영철 김인창 상병, 오전 6시35분께 조정중 이태련 이건욱 상병 등 시신 6구가 속속 도착, 전날 안치된 박의원 차유철 상병에 이어 희생자 8명의 시신이 한꺼번에 안치되면서 합동분향소와 유족 대기실은 또다시 울음바다로 변했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유족들은 오전 7시30분께부터 대표자 회의를 갖고 사고현장 방문을 요구했으며,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여 오후 1시40분께 병원에서 UH_60 헬기 3대에 나눠 탄 8명의 희생장병 유가족 대표 22명이 경기 연천군으로 떠났다.
이들은 민통선 북쪽에 착륙, 군 차량에 옮겨 탄 뒤 사고현장에 도착해 군 관계자로부터 1시간 가량 사고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을 둘러봤다.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희생된 각자의 아들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했으며 일부 가족은 현장에서 다시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을 1시간 남짓 살펴본 후 이들이 근무했던 군부대로 가 면담 및 근무기록 등을 조사했다. 군은 유족들의 현장 방문을 취재진에게 일체 공개하지 않았으며 유족들의 휴대폰 및 카메라 등 통신수단 사용도 제한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국군수도병원에는 이날 하루종일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슬픔에 젖은 유족들은 군 관계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강하게 항의하며 사고 처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오전 11시께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이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한 뒤 빈소로 들어가려 하자 유족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윤 장관 일행을 막아 섰다.
김종명 중위의 삼촌 김종구씨는 “내 조카 살려내라”며 오열했고, 차유철 상병의 아버지 차정준(52)씨는 “우리 아이가 머리와 등에 6발을 맞았는데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로 들어가려다 몸싸움 끝에 쫓기듯 영안실 옆 문으로 빠져 나온 윤 장관 일행은 유족들이 다시 차량을 막아 서며 “내 자식 살려낼 때까지 못 간다”고 거세게 항의해 한동안 차량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경쟁적으로 찾아와 조문했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매달렸으나 군 관계자들의 조문 때와는 달리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오후 비서관들과 함께 와 조문한 뒤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편 총기 난사사건으로 숨진 고 이태련 상병이 1개월여 전 가족들 앞으로 보낸 편지 1통이 공개돼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마지막 글이 돼버린 이 상병의 편지는 “군대에 대해 더 이상 모르는 것도 없고 힘들 일도 없다”며 가족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아버지에게 “집안의 기둥이 튼튼해야 (가족들이) 행복하니 술 줄이는 것을 남자 대 남자로 약속하는 겁니다”라고, 어머니에게는 “계절 바뀔 때마다 알레르기로 기침하시는데 곧 여름이 오니 건강 조심하세요. 아들이 사랑하잖아요”라며 부모님의 건강을 당부했다. 또 누나에게는 “8월에 휴가 나가면 군기 확 잡을 테니 긴장하고 있으라”고 농담을 건넸다.
2대 독자인 이 상병은 “비록 몸은 군에 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가족 곁에 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아들이자 동생 이태련 올림”이라고 끝맺었다. 이 상병의 가족은 “편지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태련이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 상병의 가족은 또 “왼쪽 허벅지에만 관통상이 있고 다른 데는 모두 멀쩡했는데 어떻게 즉사할 수 있느냐”며 “병원 후송을 늦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후송 중 사망한 이건욱 상병의 아버지 이문형(58)씨도 “사고가 난 시각은 새벽 2시30분인데 연락 받은 것은 새벽 5시30분이었고 그 시간에 우리 아들을 후송 중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군 당국은 3시간 동안 뭐 하느라 그렇게 뒤늦게 후송을 했느냐”고 따졌다.
유가족들의 이 같은 문제제기와 관련, 군 당국은 “사건 발생한 장소가 통제구역인 GP이기 때문에 후송이 늦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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