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65)가 한국을 소재로 한 ‘러프 컷’(Rough Cut) 공연을 위해 피나 바우쉬 탄츠테아터 부퍼탈을 이끌고 서울을 찾았다.
‘러프 컷’은 바우쉬가 1986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국가 도시 시리즈’의 13번째 작품. 주한독일문화원과 LG아트센터가 함께 제작했으며 이번 서울 공연이 세계 초연이다. 지난해 10월28일 방한해 보름간 경복궁, 봉은사 등을 답사하고 파전, 보리밥 등을 맛보았던 바우쉬의 한국에 대한 단상(斷想)이 녹아 들어가 있다.
우리 대중가요와 전통의 소리가 담겨 있고 등목, 김장 등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 무대 위에 펼쳐지지만 바우쉬는 “한국에 관한 작품이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얻은 영감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에서 겪은 경험도 함께 섞였다”는 이유에서다. “저는 몸짓을 통해 어느 나라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관계와 그 사이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바우쉬는 신작이 인간관계를 다룬 보편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으로부터 받은 영향과 오랜 애정을 감추지는 않았다. “여러 예술인과 가슴으로 교류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이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의 작품에 계속 반영될 것입니다.”
바우쉬는 “4월 독일 부퍼탈에서 9차례의 시연회를 거치며 다듬기를 거듭한 ‘러프 컷’을 서울 공연이후에도 완성도를 위해 계속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내년 프랑스 파리시립극장과 일본 도쿄 국립극장 무대에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번 작품은 피나 바우쉬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레포토리가 되어 나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우쉬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가슴이 벅차면서도 불안하다”며 “한국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말을 맺었다. ‘러프 컷’은 LG아트센터에서 22일, 24~26일 4회 공연된다. (02)2005-0114.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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