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데로 나도 절로따라 살겠다. 우리 한번 원시적으로 살아보자”
전남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어귀산 중턱에는 한국화가 이상은(53)씨가 마음이 표현된 자유분방한 예술인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폐교를 인수해 가꾼 ‘나절로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씨의 호인 ‘나절로’는 호남에서 ‘스스로 흥에 겨워’란 뜻으로 쓰는 사투리다.
10년 전 손수가꾼 이색미술관을 만들기위해 홀로 고향으로 들어온 이씨는 폐교로 남아있던 3,500평 규모의 상만초등학교에 눈을 돌렸고 자신의 행위예술작업을 통해 미술관을 꾸몄다. 미술관 건립자금은 서울에 있는 30여채의 미술애호가들의 저택을 자신의 미술작품들을 이용해 리노베이션하면서 받은 수입으로 충당했다.
그가 독창적으로 가꾼 정원과 가옥은 방문하는 이들의 탄성을 절로 이끌어낸다. 했다. 알프스산맥에서 자란다는 새하얀 마가렛꽃이 관객을 반기고 8개월에 걸쳐 완성된 연못과 자신의 미술세계를 표현한 200여평의 미술품, 아기자기한 공예품, 108번뇌의 얼굴을 표현하는 돌상, 동백과 백일홍 등 예술작품들이 진도 전통의 난대림과 어우러져 있다.
토담으로 짓은 찻집에는 누구나 무료로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돼있고 막걸리를 마실 수 있도록 투박한 사발도 준비되어 있다. 도시락과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정원에 만들어진 야외바베큐와 원두막은 가족 손님에게 인기다. 연인들을 위해 꽃들과 숲으로 우거진 야외 사랑채도 준비되어 있다.
이씨는 20대초반 서울 인사동에서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스님을 만나면서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신의 그림을 “어딘가 모자란 그림“고 말한다. “관람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모자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교육철학역시 독특해 장남인 준석(16)군을 지난해 “1등만 할려고 노력하지 말고 꼴등도 해보라”며 시골로 전학시켜 판소리를 배우게 하고 있다.
미술관은 주말저녁이면 더욱 붐빈다. 교실을 방으로 개조해 그는 인근에 있는 남도국악원 선생님들인 장고, 아쟁, 판소리, 대금을 연주하는 가족에게 방을 내주고 간혹 관람객과 마을사람들이 함께 하는 작은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자연과 함께 주말을 보내려는 관람객들에게는 교실을 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는 현재 폐교 운동장에 설치미술, 환경미술, 현대무용, 음악, 조각 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장을 만들고 있다. 그는 11년 동안 미술관 개관준비중에 있다며 진도지역의 폐가를 찾아 나무 등 옛것을 사오고 길거리에 있는 나무조각들도 주워와 미술관으로 꾸미고 있다. 이씨는 이곳이 누구든지, 언제든지 찾아와 둘러볼 수 있는 진도의 명소로 가꿔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
1주일에 서너번씩 이 곳을 찾는 조영화(39)씨는 “ 사업을 하다가 지치고 괴로운 일이 생기면 이곳을 찾아 평온함을 느낀다”며 “모든 나무, 전시품들이 부자연스럽지만 막상 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