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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과거사 문제' 예상대로 접점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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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과거사 문제' 예상대로 접점 못찾아

입력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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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20일 한일 정상회담에선 예상대로 과거사에 대한 접점은 마련되지 않았다. 회담은 양 정상간 역사인식이 허심탄회하게 개진되는 자리로 그 의미가 한정됐다. 일본 국민의 여론을 감안해 제3의 추도시설 설치를 검토한다는 고이즈미 준 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언급이 있었지만, 이 방안은 이미 2001년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됐던 것이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양국 정상은 올 초부터 한일 관계를 격랑으로 몰아넣은 일본의 역사 왜곡,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에 관해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회담을 진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 인식의 공유가 한일관계 증진의 전제라는 기본 인식을 강조한 뒤 지난해 12월 이부스키(指宿) 정상회담 당시 거론했던 발언의 수위보다 보다 강도 높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은 “과거사로 인해 양국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밝혔지만 이번에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참배는 침략 역사의 긍정”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먼저 “과거사에 관한 한국민의 심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과거사 반성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A급 전범들에 대한 추모가 아니며 나라를 위해 희생된 대다수의 전몰자들을 추념하고 다시는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 신념을 강화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구성될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 연구 결과가 교과서 집필에 참고될 수 있는 하자는 구상도 언급했다.

과거사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 들어가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국방 위원장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 시키기 위한 관련국들의 협력을 강조하자 고이즈미 총리도 화답했다. 한ㆍ미ㆍ일 공조가 강화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이번 회담은 그간 한일관계를 삐걱 거리게 만들었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의 발언 파문, 한일 해경 순시선 대치 문제 등 여타 질곡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계기였다. 그러나 미래를 같이하겠다 하면서도 과거를 함께 하지 못하는 ‘반쪽’한일 관계의 모순은 이날 다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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