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는 평행선 위에 놓여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요하게 중단론을 펼쳤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끝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배석했던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신사참배의 문제점을 계속 거론했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하겠다 또는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장 차림의 두 정상은 2시간 동안의 회담 중 외교 실무진들이 사전 합의한 제3의 추도시설 등 두 가지 사안을 점검하는 데 10분 정도만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은 역사인식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두 정상은 가급적 충돌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신사참배, 역사 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제3의 추도시설 건립에 대해 “일본이 검토를 약속했다”고 발표했다가 “검토하기로 한 것인데 약속이라고 잘못 읽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만큼 회담은 매우 조심스러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맞으면서 양국관계 악화를 염두에 둔 듯 “정치라는 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기를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서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그런다”고 말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며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더운데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 드린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이 회담장인 상춘재(常春齋)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 집이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정원을 보니 지난 연말 이부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한데 많은 것들이 한반도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을 느꼈다”는 덕담을 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때와 달리 만찬을 할 때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북핵 문제와 양국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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