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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10) 휘문중·고 (190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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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10) 휘문중·고 (1906.5.1~ )

입력
200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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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침략으로 국운이 위태롭던 1906년 ‘천하의 영재를 얻어 나라를 지키자((得天下英材 救國)’는 건학 이념을 내걸고 세워진 휘문중ㆍ고교가 내년 5월1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순수 민간사학으로서 근대 교육의 역사를 새롭게 써온 휘문중ㆍ고교는 그간 4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학교는 이제 새로운 100년을 맞아 그간의 역사를 발판으로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인적 품성을 갖춘 인재 양성

휘문고의 교훈은 ‘큰 사람이 되자’. 큰 사람은 꼭 높은 지위나 엄청난 부(富)를 지닌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남에게는 너그러우며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는 언제나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버리고 앞장설 수 있는 진정한 ‘큰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새로운 100년에도 변치 않는 교육목표다.

이처럼 전인적 품성을 갖춘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까닭에 휘문고에는 유난히 남다른 전통을 지닌 특별활동반이 많으며 학교 지원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밴드부. 휘문고 밴드부는 1923년 황실로부터 하사 받은 서양악기 72점으로 창단된 국내 최초의 취주악대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졸업생들 사이에 ‘휘악회’가 결성돼 정기적 모임을 가질 만큼 끈끈한 인간관계를 자랑하는 밴드부는 요즘도 다양한 교내외 행사에서 빠짐없이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굵직한 문인들을 배출해온 100년 전통의 문예반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휘문고는 이 같은 문인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1961년부터 ‘희중 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선배들의 뒤를 이을 후학 발굴에 힘쓰고 있다.

고교 정상권의 실력을 자랑하는 야구부도 9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학교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1907년 창설돼 1911년 11월7일 황성기독교 청년팀과 현재의 서울 중구 퇴계로에서 첫 경기를 가져 17대 8의 승리를 거뒀으며, 이 소식을 보도한 당시 황성신문의 기사는 한국 신문사에서 첫 스포츠 보도기사로 기록돼있다.

또 매년 전국대회를 휩쓰는 국가대표 배출의 산실 농구부와 아이스하키부도 스포츠 명문이란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문반 풍물반 연극반 마술반 등 30여개의 다양한 특별활동부에도 재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휘문고가 요즘 전인교육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분야는 디지털도서관 활용 교육이다. 웬만한 대학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 고서적 6,000여권을 포함해 총 1만7,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존의 도서관 외에 순수 독서 전용공간인 디지털도서관을 새로 개관했다.

디지털도서관은 그 명칭에 걸맞게 멀티미디어공간 전자학습공간 열람실 등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어 늘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함께 나누는 100주년 기념행사

휘문고는 각종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 중 소외된 주변을 돕는데 가장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내년 개교기념일 이전에 생활이 어려운 고령의 독거 동문들과 불우이웃을 각각 100명씩 선정해 생활비를 지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9월5일 열리는 모교 발전기금 모금 골프대회에서도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기금 모금을 준비 중이다.

100주년 기념사업의 백미는 학교와 총동창회가 함께 준비 중인 개교기념식. 이날 기념식에서는 유현목 임영웅 김재형 김종학 임택근 차인태 등 원로 동문들부터 이승환 김동률 이동건 같은 신세대 스타들에 이르기까지 문화 예술계에서 활약 중인 졸업생들이 총동원된다. 이들은 재학생 후배들과 함께 끼와 재치를 겨루는 한마당 잔치를 연출하게 된다.

이밖에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내년 중으로 100주년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으며 교사(校史) 편찬 등 다양한 기념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 김선규 휘문고 교장

“휘문은 ‘큰 사람이 되자’는 교훈처럼 새로운 100년도 인성과 지성을 골고루 갖춘 민족의 동량을 키워내기 위해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김선규 교장은 “평생 몸 담아온 학교에서 교장으로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럽다”며 “기쁨 이전에 다가올 100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1976년 국어 교사로 부임해 지난해 9월 교장에 취임, 휘문고 학생들과 30년째 사제의 연을 맺고 있다.

김 교장은 “입시 1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잡은 데다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성적 경쟁 탓에 학생들의 얼굴에서 피로감이 느껴질 때가 가장 안쓰럽다”며 “그래도 늘 동료 교사들에게 지식 이전에 전인적 품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줄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휘문의 교풍은 학생 스스로가 다양한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등에 대한 참여를 통해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도록 장려하는데 큰 특징이 있다”며 “정지용 박종화 같은 뛰어난 문인을 배출한 학교답게 학생들에게 수험 공부와 별도로 독서교육을 권장함으로써 다양한 간접체험을 쌓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또 “학생들에게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큰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는 것도 우리 학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며 “아직 큰 부나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젊은 졸업 동문들이 간혹 찾아와 선뜻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기탁해올 때는 교사로서 훌륭한 제자를 키워냈다는 자부심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흐뭇해진다”고 말했다.

개교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4만여 동문들의 기대가 느껴지는 것 같아 어깨가 더욱 무겁다는 김 교장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자랑스러운 교풍을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며 새로운 100년은 휘문고가 국내가 아닌 세계 속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는 시기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 걸어온 길

휘문의 100년 역사는 1906년 5월1일 설립자 민영휘(閔泳徽) 선생이 고종황제로부터 자신의 이름에서 ‘휘(徽)’자를 딴 교명을 하사 받아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옛 관상감 터(현재 현대그룹 계동 사옥 자리)에 세운 휘문의숙(徽文義塾)에서 시작됐다. 그 해 8월20일 첫 입학시험을 치러 총 130명을 선발하였으며 학교 수업은 지리 어학(영어)번역 물리 작문 산술(수학) 등 근대적인 학문 위주로 진행됐다. 이후 1918년 휘문고보로, 1922년에는 휘문고등보통학교로 교명을 바꾸면서 수업연한도 4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해방 직후인 1946년 7월에는 6년제 중학으로 학칙을 개정했다가 1951년 9월 지금의 3년제 고등학교와 3년제 중학교로 분리됐다.

1978년 2월 정부의 강남 개발 정책에 따라 72년 동안 자리했던 교사를 현재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전해 올해 초 치러진 97회 졸업식까지 그간 4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문 사학답게 휘문이 배출한 인재들은 지난 세기 한국 현대사에서 다양한 발자취를 남겼다.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 언론인으로 황성신문의 주필을 지낸 유 근과 장지연은 휘문의숙의 숙장(지금의 교장)출신이고 조선어학회를 조직해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국문학자 이병기와 권덕규는 휘문의 교사 출신이다.

동문으로는 한국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에서부터 정계에는 최두선 백두진 이한기씨, 문화예술 분야에는 김영랑 정지용 홍사용 박종화 김 훈씨 등이 학교를 빛낸 인물들이다. 또 연극계의 대부 임영웅, 1960년대의 대표적 영화감독인 유현목, 방송인 임택근 차인태 손석희 송승환 김종학 김재형씨와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 장충식 전 단국대 재단이사장, 이선근 전 문교부 장관 등도 대표적인 휘문 동문이다.

전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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