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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오 팝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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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오 팝아트전

입력
200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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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이 거세다지만 일본문화의 바람도 만만치 않다. 요즘 같은 한일관계 냉각기에도 일본만화 주인공들의 복장을 모방하는 코스프레가 10~20대에선 여전히 붐을 이루고 있고, 남성간 동성애를 다룬 ‘야오이’ 만화는 온라인에 수천개의 카페가 운영될 정도로 인기다.

미술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삼성미술관과 가나아트갤러리가 잇달아 일본 네오 팝아트의 대표작가들을 초청, 전시회를 연다.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 일본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양국 미술계의 상호영향력을 짚어보게 하는 전시들이다.

로댕갤러리에서 17일부터 시작한 ‘나라 요시토모- 내 서랍 깊은 곳에서’는 현대 일본 팝아트의 간판인 나라 요시토모의 국내 첫 작품전이다. 1980년대 중반이후 최근까지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사진, 설치작업 등 모두 3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24일부터 열리는 ‘POP! POP! POP!- 한일현대미술의 단면’전은 팝아트를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대표작가 14인의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나라 요시토모와 함께 일본 팝아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비롯 사와 히라키, 사와다 도모코, 쿠사마 야요이 등 젊은 작가들이 참가한다.

현대 일본 팝아트는 1950,60년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뉴욕파를 중심으로 일어난 팝아트와 구분해서 네오 팝아트로도 불린다. 요시토모, 다카시 등 대표주자들은 1970년대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펑크록 등 대중문화를 삶의 자양분 삼아 자란 세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과 탐구, 거대 담론보다 개인적 체험과 정서에로의 몰입이 특징인 오타쿠의 세대이기도 하다.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은 언뜻 만화 캐릭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머리통이 몸통만한 앙증맞은 꼬마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꼬마들은 사람들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순진무구함이나 순종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약간 앞으로 숙인 고개에 눈꼬리가 위로 쪽 째진 눈은 반항적이고 때로는 사악해 보이기 까지 한다. 실제로 이 꼬마들이 하는 장난은 상상을 초월한다. 머리에 붕대를 휘감고 강으로 걸어들어가거나(‘깊고 깊은 웅덩이에서’, 1995) 날카로운 단도로 위협한다(‘칼 휘두르기’, 1998). 첫 한국전을 기념해 제작한 ‘쌍둥이1,2’ 연작은 화면 전체를 꽉 채운 여자아이의 말할 듯 말 듯 굳은 얼굴을 담고있다. 어른이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포커페이스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연약한 자아를 비추는 거울 같다.

로댕갤러리 태현선 선임연구원은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감, 반항심 등 현대인의 감정선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 요시토모의 작품의 탁월성”이라고 평했다. 8월 21일까지,(02)2259-7781.

‘팝! 팝! 팝!’전에 출품하는 다카시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무는 데 치중한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과 손잡고 팝아트를 패션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해온 다카시는 이번에도 팬더인형과 루이비통 트렁크를 소재로한 작품을 내놨다. 야요이는 노란색 벽면과 노란색의 거대한 튜브에 물방울 무늬를 수없이 찍은 설치물(‘도트 옵세션’, 1998)로 선보인다. 마치 오타쿠적인 강박증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전혀 상관성이 없는 두 물질을 한 공간에 병렬시킴으로써 시각적 충격을 주는 사와 히라키(‘집’,2002)나 역할놀이 게임을 통한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와다 도모코(‘스쿨데이즈 F’, 2004)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에는 바디 페인팅을 통해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김준, 타인의 그림위에 자신의 그림과 글을 덧칠해 교묘하게 가치전복을 노리는 박윤영 등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출품돼 한일간 팝아트의 수준을 가늠케 해준다. 7월31일까지, (02)720-1020.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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