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 버리고 새롭게 도전했습니다.”
88 서울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영남(46)씨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굴지의 사업가로 변신했다. 김씨는 88 올림픽 당시 그레코로만형에서 0_1로 패색이 짙던 후반전에 목 감아 돌리기로 2_1로 역전하는 명승부를 연출해 아직까지 팬들의 뇌리에 생생한 스포츠 스타.
1997년 레슬링 지도자 생활을 접고 터전을 옮긴 그는 ‘천산개발’이라는 건설회사를 설립, 카자흐의 건설업 호황에 힘입어 이주 8년 만에 백억원대의 자산을 일궈냈다.
성공 신화에는 서울올림픽에서 그에게 역전패해 은메달에 그친 파올렛씨가 큰 도움이 됐다. 파올렛씨는 당시 경기가 끝난 후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패자의 손을 번쩍 들어 준 김씨에게 감동했고, 이후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으며 우정을 이어갔다. 카자흐가 소련에서 독립한 91년 이후 현지 체육계의 거물로 성장한 파올렛씨는 틈만 나면 김씨를 불러들이려고 애썼다.
그러던 중 김씨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대표팀 코치를 맡아 심권호 선수의 금메달을 일궈냈지만 미래에 대한 회의에 빠져 들면서 파올렛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과감히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부모는 “왜 잘난 우리 아들이 그렇게 멀고도 어려운 나라까지 가서 고생해야 하느냐”며 땅을 치며 말렸지만 굳은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김씨가 카자흐 땅을 처음 밟은 97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의 여파로 진출해 있던 기업도 철수하는 형편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파올렛씨가 체육부 장관이 되면서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고 한다.
김씨의 회사는 카자흐가 2000년 이후 연간 1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며 불어닥친 부동산 붐으로 쑥쑥 성장했다.
그는 특히 두 나라 스포츠 교류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김씨의 주선으로 3개월 전에는 핸드볼의 윤태일 코치가 한국 체육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카자흐 여자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또 이번 달에는 최종국 전 국가대표 감독이 카자흐에 입국해 태권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조만간 양궁도 한국인 지도자를 맞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남씨는 “사업에서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했다. 세상에 도전하면 안 될 일은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뜨거운 가슴으로 좋은 일에 돈을 쓰고 양국 체육 교류에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알마티<카자흐스탄> =연합 카자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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