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북한 고구려 고분과 벽화들이 관리부실로 본래 모습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의 상태로 방치할 경우 귀중한 문화유산이 망실될 우려가 커 본격적인 장기 보존대책 마련과 이를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2003년부터 북한에서 고분 복원ㆍ관리 전문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유네스코는 최근 약수리 고분과 수산리, 안악 3호분 등을 조사한 결과 벽화 표면에서 물방울 응축, 염분층.미생물체 형성과 함께 벽면의 균열 등으로 그림이 훼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북한 고구려 고분의 훼손 상태가 과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안악 3호분의 경우 1989년 유네스코가 찍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염분층이 생겨 일부 인물 그림은 얼굴 전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손상됐다. 주변 저수지 등의 영향으로 누수와 높은 습도가 문제가 된 약수리 고분도 벽화 표면이 떨어져나가거나 벽면에 균열이 생긴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일본 나라(奈良)현의 다카마쓰(高松) 고분이 고구려 양식임을 확인시킨 수산리 고분 역시 벽이 숨을 못 쉬어서 곳곳이 튀어나오거나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우선 고분 안팎의 조사를 마무리한 약수리 고분에는 9월께부터 벽면을 살균 처리하고, 흙을 이용한 누수 차단, 벽화 보호를 위한 유리면 재설치 작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수산리 고분에는 온도와 습도 등 고분 안팎의 환경파악을 위해 관측 기자재를 5군데 설치했다.
조사에 참가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문화유산국 동북아ㆍ서남아 담당관 한준희씨는 “북한 고분의 과학적인 보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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