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63기의 고분 말고도 대동강 인근의 다른 고구려 문화 유산과 개성 일대의 고려 유적까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서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지역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니시타니 다다시(西谷正ㆍ사진) 일본 규슈(九州)대 명예교수는 4월 말 북한에서 북ㆍ일 학자가 함께 연 ‘세계문화유산에 지정 등록된 고구려 유적’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행사가 끝난 뒤 북한의 여러 고분을 둘러보고, 북한 문화재 전문가들을 만난 그는 이 달 10일 세계거석문화협회(총재 유인학 한양대 교수)가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해 ‘고구려 문화를 중국 문화라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특별 강연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고대 문화 유적에 정통한 니시타니 교수는 이 강연에서 “고구려 문화 유산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대륙에 뻗쳤던 한민족 고유의 문화 유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구려 중기 와 후기 평양의 유적들과 중국 동북 지역에 산재한 유적은 중국의 다른 영토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한민족만이 가진 동질의 문화 유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적극 나서기 전인 2003년 북한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이 중국의 “방해 공작”으로 무산된 비화도 소개했다. “북한이 등재 신청을 하자 중국은 경악하면서 ICOMOS 실사를 중국 학자에게 맡기도록 했는가 하면,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회 모임을 베이징에서 열도록 하는 등 공공연하게 로비의 증거를 내보였습니다.” 그는 또 “당시 북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부결된 이유는 단군릉이나 동명왕릉 등 몇몇 유산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개축되었다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 실질은 중국의 방해공작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니시타니 교수는 이어 앞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추가 등재 신청할 필요가 있는 북한의 문화 유산을 두루 열거했다. 우선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남한은 2000년에 고인돌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으므로 대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 북한의 고인돌 1만2,000여 기를 남북한 공동으로 추가 등재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안악궁과 평양성, 장안성 등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지정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평양성은 평양의 도시 한복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옛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니시타니 교수는 이밖에도 “남대문, 고려 왕궁터, 만월대, 송악산 일대, 박연폭포, 대웅산성 성벽, 감응사 석탑, 왕건릉, 공민왕릉 등 고려 유적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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