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는데 공교롭게도 1년 만의 선수 복귀 첫 무대가 또 다시 이 대회가 되네요. 부담스럽고 설레네요.”
한국여자농구 간판스타 전주원(33ㆍ신한은행). 그가 1년 동안 벗어 놓았던 유니폼을 다시 챙겨 입고 중국 친황다오에서 열리는 제21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ABC)대회에 출전했다. 박수로 격려해 줄 일이지만 “기운 떨어진 아줌마를 어디다 쓰느냐”는 비아냥 섞인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신한은행 코치에서 선수로 변신한 지 이제 2개월이다. “뽑을 선수가 그렇게 없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처음엔 거절했죠. 대표로 선발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었으니까요. 주위의 그런 우려를 잠재우는 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 거두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는 대표팀 최고참이다. 막내 김은혜(23ㆍ우리은행)보다 10살 위. 박명수(우리은행) 대표팀 감독은 그를 고비마다 노련한 해결사로 쓰겠다고 했다. 전주원은 지난해 1월 일본 ABC대회 도중 임신 사실을 알고 바로 은퇴를 결심했다. 그리고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코치가 됐다. 하지만 말쑥한 정장은 어색했다. 몸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 들썩였고 결국 옷장 속 유니폼을 다시 꺼냈다.
“코치 땐 선수들에게 ‘그것도 못하냐’고 큰소리쳤죠. 근데 막상 입장이 바뀌니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요구했던 것 만큼 해낼 수 있을 지 은근히 걱정되네요.” 선수와 코치 중 뭐가 더 어려울까. “저는 다 어려워요. 그런데 제 몸은 선수가 어렵다고 하고 제 머리는 코치가 힘들다 네요.”
팬들에게 한 마디. “예전처럼 화려한 기술은 보여드리지 못할 거예요. 대신 단 1분을 뛰어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만 약속 드려요. 전 후배들 플레이가 잘 풀리게 돕는 실타래 거든요.”
친황다오=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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