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인도에서 따냈다고 한다. 인도 동부의 오리사주에 120억달러를 들여 연산 1,200만톤의 일관제철소를 짓는 일이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4개의 고로(철광석과 유연탄을 결합해 쇳물을 만드는 장치)를 만드는 것과 함께 이에 필요한 철광석 6억톤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철강 생산량을 연간 5,000만톤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작성한 이후 세계의 자원보유국을 대상으로 현지 제철소 건설을 추진해온 작업의 첫 성과다.
참으로 상쾌한 뉴스다. 포스코가 해외 제철소 건설을 추진해온 것은 세계 철강업체들의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대규모 철광석 산지를 선점해 자원고갈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 나아가 연간 20%대에 달하던 국내 철강수요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점 등등의 복합적인 변수를 고려한 활로 타개책이라고 한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량 기준으로 2001년까지 세계 1위였다. 하지만 2002년 프랑스ㆍ스페인ㆍ룩셈부르크의 철강업체가 합병한 아셀러가 뜨고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한 JEF스틸이 출범하는가 하면, 올해엔 미국ㆍ영국ㆍ네덜란드의 철강회사가 연합한 미탈스틸이 등장함으로써 그 지위는 5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이른바 친디아(중국과 인도)로 불리는 블록권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이라는 창사이념을 글로벌화하면서 포스코 신화를 다시 쓰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오는 22일 양해각서를 맺은 후에도 첫 쇳물을 생산하기까지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라는 시장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감안할 때 포스코의 선점은 그 자체로 관료들의 교과서다. 지난 9일 철의 날 기념식에서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북한에 제3의 제철소를 짓고 싶다"고 말한 박태준 명예회장의 말도 참으로 신선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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