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나무에 꽃이 피는가.
LG의 좌완투수 유택현에 대해 위기시 좌타자 한 명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전형적인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유택현은 지난 16일 삼성전에서 뜻밖의 선발로 등판, 다이너마이트타선을 5와3분의1이닝동안 3안타 1실점 호투를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2-1로 앞서다 8회 중간계투진이 동점을 허용하고 9회 3점을 빼앗겨 역전패해 승리를 날리기는 했지만 본인으로서는 선발로서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여서 의미가 깊었다. 구속은 138km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구질을 무기로 한 프로 11년의 관록이 삼성타자들을 농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눈부신 호투였다.
올해 나이 34살. 2003년9월 이후 한번도 선발등판을 해보지 못한 유택현이 근 2년만에 웬만한 선발투수를 능가하는 피칭을 보였으니 대단한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유택현이 이날 선발 등판한 것은 지난 7일 현대전서의 호투 덕분. 1회 어깨부상으로 1타자만 상대하고 강판한 선발 김민기에 이어 오른 유택현은 5와 3분의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깜짝 놀란 이순철감독이 삼성전에 다시 한번 시험무대를 만들어준 것이다.
유택현이 선발승을 거둔 것은 2000년 5월2일 인천 SK전. 7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이후 근 5년간 선발승이 없었으니 이날 삼성전의 승리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움이 남을만하다. 본인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않지 않느냐”면서 “선발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는 데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5선발이 마땅치 않은 LG가 향후에도 계속 유택현을 선발 기용할 가능성이 높아 노장투혼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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