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만난 것은 2002년 5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위원장)와의 면담 이후 3년 만이다.
박 대표는 당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초청을 받은 유럽ㆍ코리아 재단의 이사 신분으로 4일간 체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의 장녀와 장남이 만났다는 사실은 세상의 이목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김 위원장은 박 대표를 위해 중국으로 특별기까지 보내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만난 남측 인사은 1994년 7월20일 김일성 전 주석을 조문하기 위해 방북한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 이듬해 7월8일에는 문익환 목사의 미망인 박용길 장로가 조문차 방북, 김 위원장을 만났다. 박 장로는 김 전 주석 10주기인 지난해 7월 조문차 재방북 하려 했으나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북한은 이를 문제 삼아 정 장관을 거칠게 비난해왔다.
김 위원장과 남측 인사와의 면담에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사람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 회장은 98년 10월27일 소 500마리를 끌고 직접 휴전선을 넘어가는 극적 장면을 연출한 뒤 김 위원장과 만났다.
정 회장은 이듬해 10월1일 함남 함흥에서 , 2000년 6월 강원도 원산에서 두 차례 더 김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평양이 아닌 장소로 기차를 타고 가서 정 회장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었다.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은 금강산사업을 협의하기 위해 2000년에만 3번이나 김 위원장을 만나는 등 모두 4번 만났다.
2000년 6월 13일부터 사흘간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은 단연 백미다. 김 위원장은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김 위원장도 전세계에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렸다.
남북정상회담이후 김 위원장은 같은 해 8월에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 등 남측의 46개 언론사 사장단 등 50명을 단체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북핵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꼬이기 시작했고 만남도 뜸해졌다. 보수적인 부시 정권의 출범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02년 4월 임동원 전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방북, 김 위원장을 만났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 기간에는 박 대표 빼고는 가수 김연자씨가 김 위원장 초청으로 2001년 4월과 2002년 4월 두 차례 방북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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