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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소의 코에 코뚜레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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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소의 코에 코뚜레를 하는 이유

입력
200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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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의 소들은 코뚜레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그림 속의 소들은 그림을 그린 화가만큼이나 자의식이 강해 보인다. 힘도 세고 고집도 세어 보인다. 오죽하면 황소 고집이라는 말이 다 나왔을까.

그런 소를 논밭에서 편하게 부리기 위해 코뚜레를 한다. 매년 이맘때다. 한식엔 감나무 접을 붙이고, 단오 때에 일년쯤 자란 동네 송아지들의 코뚜레를 한다. 일종의 소 성년식이다. 소는 몸집이 큰데다 힘도 세기 때문에 목사리(목걸이)만으로는 통제할 수가 없다. 일을 가르칠 수도 없고 부릴 수도 없다.

그래서 양쪽 콧구멍 사이의 얇고 연한 살을 뾰족하게 깎은 나무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코뚜레를 끼운다. 이러면 소는 꼼짝 못한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코가 아프기 때문에 고분고분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처음 코뚜레를 할 때 생살을 뚫은 상처는 이내 아물고, 곧 일을 배우면서 소는 그 집안의 식구가 되어간다. 굳이 주인이 코뚜레에 건 밧줄을 잡아당겨 통제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말을 다 알아 듣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일소 보다 고기소들뿐이어서 시골에 가도 코뚜레를 한 소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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