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44분.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네덜란드 축구팬들은 한국의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진영 아크 정면에서 날린 박주영의 프리킥이 수비벽을 넘어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1-1 무승무. ‘패배는 면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후반 47분 인저리 타임. 또 한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박주영의 땅볼 슛이 상대 골키퍼의 손에 맞고 흘러나오자 백지훈은 골지역 왼쪽에서 강슛을 날려 네트를 세차게 흔들었다. 사각지역에서 뽑아낸 천금같은 왼발 결승골이었다.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른 젊은 태극 전사들이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3분 동안의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새벽(한국시각)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린 2005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F조 조별리그 2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2-1로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박주영 신영록 김승용을 최전방 스리톱으로 세우고, 수비수를 네 명 두는 포백시스템을 들고 나온 한국은 출발이 불안했다. 경기시작과 함께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난 나이지리아 공격수에 잇따라 수비가 뚫리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급기야 전반 18분 나이지리아의 데이비드 아브오에게 선취골을 내줬다.
나이지리아의 매서운 공격에 허둥대던 한국은 수비수 신형민 대신 이요한을 투입, 스리백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장악했다. 한국은 전반 42분 신영록이 문전 혼전 중 왼발 터닝슛을 날렸으나 골포스트에 맞고 말았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상대 문전을 돌파하던 안태은이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그러나 키커로 나선 박주영이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의 발에 걸려 무위에 그쳤다. 후반 16분엔 신영록이 상대 문전에서 노마크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패색이 짙어진 후반 44분 백지훈이 상대 아크 앞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박주영은 자신의 페널티킥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다시 키커를 자임했다. 박주영은 경기후 “프리킥 전담 키커를 맡아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승 쐐기골을 신고한 백지훈은 “사각 지역이었지만 상대 골키퍼 사이로 약간의 틈이 보였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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