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게 여름은 참으로 고된 계절이다.
무더위로 인해 입맛이 떨어져 영양 상태가 나빠지는데다 체력 소모는 오히려 커지기 때문이다.
찜질방을 찾거나 고열이 있는 질환을 앓는 경우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에 해를 줄 수도 있다. 집 안팎의 급격한 온도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덥다고 해서 찬 음식만을 찾다가는 설사 등을 일으켜 자궁 수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운동은 꼭 필요하지만 역시 주의할 것이 많다. 피해야 할 것은 많은 더운 여름철, 임신부의 건강한 여름 나기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기온에 잘 적응해야
여름에 임신부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높은 기온이다. 최근 이열치열 원리로 찜질방 등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피해야 한다. 특히 임신 14주까지의 임신 1기 임신부가 사우나를 찾거나 고열을 앓은 경우 태아의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은 6배 정도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
급격한 온도차도 주의해야 한다. 임신부의 혈관은 모두 확장돼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차가운 물을 자주 접하거나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한 경우 일반인보다 감기 등에 걸리기 쉽고 심하면 자궁이 수축돼 조기 유산할 수 있다.
에어컨도 바깥과의 온도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선풍기 역시 지속적으로 쐬는 경우 임신부와 태아의 산소 부족을 일으킬 수 있어 바람이 직접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샤워할 때도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이 좋다.
임신 시기별 주의할 점
임신 15주째인 2기부터는 높은 기온이 태아의 뇌 손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28주 째까지 만삭처럼 몸이 무겁지도 않아 수영 같은 운동을 하거나 여름 휴가를 즐겨도 큰 무리는 되지 않는다. 비행기 타는 것도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다만 3시간 넘게 차를 타는 것은 피하도록 하고 이동하는 동안 자세를 수시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한 자세로 가다가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 정맥류나 혈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29주째부터 수영 같은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멀리 여행하는 것도 피해야 하며 비행기를 타려면 주치의의 상의가 필요하다.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지면 멀리 여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음식은 입맛이 떨어지더라도 골고루 챙겨먹도록 해야 한다. 땀으로 많은 이온들이 빠져 나갈 수 있으므로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할 만한 음식, 즉 식중독이 일어날 수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산모라서 장염이나 설사가 생겨도 적절한 약물을 먹는데 제한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찬 음식만을 찾아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찬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태아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소화 능력이 떨어진 임신부가 찬 음식만 먹어 설사라도 나면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져 자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설사로 인한 탈수도 조산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은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지만 최근 보고에 따르면 참치나 연어 등 커다란 생선은 수은에 오염돼 있어 임신부가 많이 먹으면 태아의 신경계 발달에 장애를 줄 수 있다.
운동은 더운 햇빛을 쬐면서 하는 것보다는 선선한 늦은 오후나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차림으로 걷는 것이 가장 무난하며, 실내에서의 여러 호흡법, 체조, 명상 등도 권할만하다. 호흡법 등은 출산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도울 뿐만 아니라 산후 우울증, 불안감 등도 줄일 수 있다.
임신부에게 좋은 운동으로 알려진 수영은 여름철에는 자칫 귀, 눈 등의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땀이 많이 나거나 피부가 겹치는 경우 땀띠가 잘 생겨 가려움이 심해 종종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평소 땀 흡수가 잘 되는 옷을 입도록 하고, 땀이 나면 바로 닦아 주며, 건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파우더를 사용하면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장진범 교수, 아주대의료원 양정인 교수>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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