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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결정' 남편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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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결정' 남편이 옳았다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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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미국을 안락사 논쟁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던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41ㆍ여)의 ‘의학적 상태’가 부검을 통해 15일 밝혀졌다.

15년 전 시아보가 무엇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가 됐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친정부모가 주장한 대로 회복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이날 “식물인간이 되기 전 시아보가 친정부모의 주장대로 남편으로부터 질식당했거나 학대당했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부검을 주도한 존 토크마틴 의사는 이날 “그녀의 뇌는 크게 축소돼 정상적인 인간의 뇌의 절반 정도인 615g에 불과했다”며 “어떤 요법이나 치료를 사용한다 해도 대규모로 손실된 신경을 재생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력을 관장하는 뇌의 일부분이 죽어 있었다”며 “그녀가 시력까지 잃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는 회복 불능상태라며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할 것을 주장했던 남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인 동시에 친정부모가 시아보가 자신들과 눈을 마주치는 등 의식을 갖고 있다며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친정부모는 줄곧 시아보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이유는 남편의 학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위인 마이클 시아보가 1998년 “아내는 생명 보조장치에 의존해 연명하길 원치 않았다”며 플로리다 주 법원에 안락사 허가를 요청하자 곧바로 딸이 곧 회복될 것이라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시아보는 90년 갑자기 자택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킨 후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15년째 플로리다 파이넬러스 우드사이드 호스피스 요양원 병실에 누워 있었다.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남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개입하면서 가족대립은 정치적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올 3월 18일 플로리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7년 동안 시아보에게 연결돼 있던 튜브가 제거되자,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등이 개입하면서 미국 전체의 가치관 논쟁으로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대통령과 의회까지 나서 사법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국론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결국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튜브가 제거된 지 13일 만인 3월31일 오전 시아보는 끝내 숨을 거뒀다.

그러나 부모는 남편 학대설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않아 결국 부검이 실시됐다. 이날 부검의인 토그마틴은 “무엇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가 됐는지 밝혀내지 못했다”며 “남편에게서 학대 당했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해 학대설은 공식적으로 부인됐다.

한편 남편은 시아보의 시신을 화장하려 하고 있는 반면 부모는 매장을 원하고 있어 또 다른 대립이 예상된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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