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라는 말을 들으면 남극의 얼음과 알래스카의 빙하가 녹는 장면과 굶주린 북극곰이 얼음 없는 땅을 헤매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이렇듯 기후 변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관해 극지에서만 사례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극지가 다른 곳에 비해 2배 이상 빨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극의 크릴새우 어획량은 80% 이상 감소했으며 주(州) 하나 크기의 얼음이 녹아 내렸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지구온난화’는 극지만 해당될 뿐 지구상 다른 지역은 상관없는 문제인 것 같다.
지구 전체가 더워지는 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넘쳐서 얕은 섬은 물에 차고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완곡한 어구보다 ‘기후 붕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대양의 수위가 높아지고 사막이 확장되는 등 재앙이 닥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지역까지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록키산맥에 분포하는 설치류(齧齒類ㆍ쥐, 다람쥐, 비버 등 쐐기 모양 앞니가 일생동안 자라는 동물)가 사라져 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동면을 하는 설치류가 한달 정도 앞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땅을 덮은 눈덩이는 제대로 녹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동물들은 먹을 것을 찾지 못해 굶어죽는다. 기후 변화는 극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식물과 동물, 조류와 곤충은 수천년 간 조화롭게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 변화로 자연의 조화는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은 멸종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 정부도 지구 온난화가 당장 곡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시작했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늑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늑대는 눈에 난 발자국을 좇아 고라니를 잡아먹는다. 고라니는 미끄러운 얼음 때문에 쉽게 도망치지 못하고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온난화로 땅에 눈이 적어 고라니가 수월하게 도망다닐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늑대는 물론이고, 늑대가 먹고 남긴 사체를 주식으로 삼는 회색곰마저 굶주려야 했다. 연어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연어는 산란을 위해 강 어귀로 회귀하는 어류다. 온난화로 눈이 너무 빨리 녹아버리면 강물은 넘쳐버리고, 연어는 물을 거슬러 돌아오는 게 늦어진다. 수온이 높아져 돌아오지 못하고 중간에 죽어버리는 연어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카밀 파머슨 텍사스대 교수와 헥터 갈브레이스 콜로라도대 교수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는 이뉴이트가 비키니 입는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개화(開花)와 동물의 출산, 철새의 이주 문제 등 생태계 전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 생물이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빠르게 진화할 수 있을까?
생태계가 파괴되면 궁극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문화가 식물이나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삶은 자연에 속한 것이다. 인간을 유지시키는 양분은 토양과 태양과 비의 통합체인 것이다.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가뭄과 홍수, 태풍, 전염병, 멸종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신중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의 후손은 “설치류가 뭔가요?”라고 물을 지도 모른다.
칩 워드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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