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만국어이긴 하되, 표준어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물놀이의 가치를 서양 음악 가운데 가장 먼저 발견, ‘한국 농부들의 재즈(Korean farmers’ jazz)’라 이름 붙여 자신의 영토 안에 둘 수 있었던 것은 재즈 특유의 포용성 덕분이다.
그 같은 지방 분권주의 덕에 미국 재즈가 있고 한국 재즈도, 일본 재즈도 있다. 마찬가지로 유럽 재즈도 있다. 초여름 서울의 하늘 아래 유럽 재즈의 선율이 넘친다.
스웨덴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 EST는 가히 극좌파라 부를만 한다. 빌 에번스나 키스 재릿의 정통적 피아노 트리오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파격이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전자 효과 음향기를 피아노와 연결시키는 등의 폭발적 무대 덕택에 ‘유럽에서 가장 특색있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 나아가 ‘미래의 사운드’라고까지 불리우는 그들이다. 현재 미국 재즈 피아노의 대명사로 꼽히는 브래드 멜다우가 가끔 펼치는 전위적 연주조차 이들 앞에서는 점잖게 보일 정도다.
2004년 제 1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인 이들은 새 앨범 ‘Viaticum’ 수록곡을 위주로 한 이번 공연에서 당시 충격을 재현할 작정이다. 1990년 스웨덴 출신의 피아니스트 에스뵈욘 스벤슨을 주축으로 해 만들어진 이 트리오의 이름은 리더의 이름에다 트리오란 말을 붙여 이니셜만을 떼 온 것. 22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3445-2813
낭만파들을 위한 유럽 재즈도 온다.
그룹 이름으로 아예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라고 붙인 세 화란인이다. 네덜란드에 축구 감독 히딩크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리는 이들은 재즈는 물론 클래식과 팝의 명곡들을 피아노 트리오로 재현, 상류층의 살롱 뮤직으로서의 재즈를 추구한다. EST와 극적으로 대비된다. 7월 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3-1601
양극단을 동시에 경험할 기회가 펼쳐진 셈이다. 그렇다면 유럽 재즈란 무엇인가?
집시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를 시작으로,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 골부전증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가 된 재즈 피아니스트 미셸 페트뤼시아니까지 강한 클래식적 기반은 미국 재즈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동시에 소울 노트, 블랙 세인트 등 1980년대 들어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레이블들은 정반대의 재즈인 프리 재즈 분야에서 걸작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최근 불어 닥친 한국과 유럽 재즈의 인연을 새삼 각인시켜 주는 계기는 독일의 5인조 재즈 그룹 ‘살타 첼로’. ‘옹헤야’ 등 우리 민요를 재즈로 만드는 등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 이 캄보는 손기정 선수를 기리는 음반 ‘42.195 그레이트 손’을 발표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헌정 앨범을 테마로 한 음악회를 위한 내한길이다. 19일 오후 4시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99-5743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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