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우리도 그들처럼’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숨쉬기조차 어려운 에베레스트의 고산지대를 샅샅이 뒤진 끝에 동료의 시신을 수습해 안장했던 산악인 엄홍길씨 등 휴먼원정대를 소재로 했다.
문 의장은 “휴먼원정대의 가슴 뿌듯한 얘기를 들으며 팀워크와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며 팔로우십(follow+leadership)을 21세기 민주적 리더십의 원리로 제시했다. 리더의 지시와 명령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적인 협력과 따라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당의 총체적 혼조에 대한 최종 책임은 문 의장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글이 시선을 끈 이유는 의원들의 행동 또한 집권당의 무한 책임의식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체도 불분명한 실용ㆍ개혁 논쟁으로 동력을 소진시켰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튀는 발언이 쏟아져 이를 수습하느라 급급했다.
최근만 해도 염동연 의원의 느닷없는 상임중앙위원직 사퇴와 “개혁당 그룹이 탈당하면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안영근 의원의 발언은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감과 양식을 의심케 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우리당 일부 의원의 돌출 언행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닐 정도가 됐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얼마 전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자해성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성명서까지 낸 것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와 있는 지를 알게 한다.
지도부의 리더십 확립과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는 당 재정비의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집권당의 일원이자 조직인으로서의 도리를 다시 한번 살피고 자중자애의 덕목을 키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양정대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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