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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버 '인민재판' 두고 볼 수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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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버 '인민재판' 두고 볼 수만 없어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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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특정인을 인민재판식으로 비난하는 ‘사이버 테러’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일단 인터넷에서 표적이 되면 수많은 네티즌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난도질을 해댄다. 당사자는 아무런 해명조차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가히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정보통신(IT) 강국이라는 나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살풍경이다.

인천에서 같은 학교 동급생에게 도둑으로 몰려 괴로워하던 여고생이 자살하자 네티즌들이 가해 학생의 이름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응징을 선동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평생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게 해야 한다”“ 네티즌의 힘으로 처벌해야 한다” 는 등 살벌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20대 여성은 얼굴사진 공개에 이어 ‘개똥녀’라는 별명과 함께 온갖 욕설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지난달에는 변심한 애인 때문에 자살했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상대 남자의 신상정보가 알려져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비도덕적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사법적인 처벌이 약하거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인터넷에서 비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냥 반대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은 또 다른 인권침해를 낳는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신상공개와 여론몰이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정부도 사이버 폭력이 심각하다고 보고 인터넷 실명제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표현의 자유와 건전한 비판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제시한 ‘인터넷 접속 실명 우대제’ 같은 대안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네티즌의 자정윤리에만 기대하기에는 사이버 폭력의 폐해가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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