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사건이 국민적 의혹을 부른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핵심 인사들이 상식을 벗어난 사업추진 과정에서 그야말로 핵심적 역할을 한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신뢰를 뒤흔든 사건을 두 달 넘게 조사한 감사원은 권력핵심 인사들의 잘못은 대단한 게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부적절한 행위를 하긴 했지만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니, 국정 혼란을 개탄한 국민만 성급하게 떠든 꼴이 됐다.
감사원은 사건을 도로공사가 외자유치를 위해 졸속으로 사업을 벌이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김재복 씨가 끼어 들어 일을 추진하는 것을 정부 인사들이 다소 분별없이 도와준 것으로 규정했다.
처음부터 청와대가 앞장서 일을 벌였다는 의혹과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여러 정황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감사원 스스로 애초 도공이 무리한 사업계약을 맺은 배경부터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싱가포르 대사의 편지만으로 믿었다는 김씨를 그토록 열심히 도운 진짜 이유는 물론, 금융기관들이 불법과 편법을 무릅쓰고 채권을 발행하고 우정사업본부가 담보확인도 없이 인수한 배경 등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 인사들의 직무행위는 “다소 부당하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변호하고 있으니 황당하다. 이들 공직자들은 쏙 빼놓은 채 사기꾼 업자 등만 검찰에 고발한 감사원의 고유한 책무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드러난 윤곽을 오히려 축소시킨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진상을 좀더 분명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감사원이 잇단 의혹사건에서 권위주의 시절보다도 직분에 충실하지 못한 행태를 되풀이하는 잘못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국가 감사기관이 권력핵심의 일탈행위를 거듭 방조하다시피 해서는 국정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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