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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강진영·정구호 - 2005 f/w 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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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강진영·정구호 - 2005 f/w 패션쇼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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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두 중견 디자이너 강진영 정구호씨가 잇달아 패션쇼를 가졌다.

강씨는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얼에 유일하게 입성한 국내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Y&Kei’를 세계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주인공. 정씨는 굴지의 패션 기업 제일모직이 여성복 부문의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구호’의 총책임자이면서 영화 ‘스캔들’ ‘정사’등의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하며 재능을 과시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몇 가지 점에서 서로 같고 다르다. 우선 40대 중반이라는 나이. 국민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디자이너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축, 한국 패션브랜드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차별점이라면 강씨가 화려하고 장식적인 ‘공주옷’ 패션붐을 일으킨 반면 ‘구호’의 정구호는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미니멀리즘’패션의 대표 주자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명백하게 차별되는 디자인 취향에도 불구하고 두 디자이너의 ‘2005 f/w 패션쇼’는 마치 서로를 모방한 듯 놀라운 유사성을 보였다. 올 가을 유행 스타일을 미리 선보이는 쇼에서 두 사람은 각기 서양과 동양이라는 상반된 지점에서 출발하면서도 빈티지 감각과 복고적인 세련미를 통해 ‘여인의 우아한 아름다움’이라는 공통의 목적지에 도달했다.

8일 코엑스에서 열린 강진영씨의 패션쇼 ‘오브제’는 괄목상대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기존 이미지가 현란하고 섹시하지만 채 정돈되지 않아 의욕과잉 상태였다면 이번 쇼는 군더더기를 쏙 뺀 느낌. 뉴욕 컬렉션 참가를 위해 1년 중 반은 뉴욕에서 지내는 디자이너가 이 도발적인 도시의 패션 세례를 흠뻑 받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쇼장은 흰색의 거대한 건축물이 양쪽으로 열린 듯한 무대를 3m 높이로 설치된 관람석에서 내려다 보게 만들어 마치 현대적인 콜로세움에 들어선 듯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푸른색 조명을 받으며 첫 선을 보인 옷은 엠파이어 스타일의 검정색 실크 원피스에 턱시도 칼라의 옆선을 오글오글하게 접어 장식한 검정색 재킷이었다.

현란한 색상을 선호하는 오브제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웬걸, 다음 모델은 검정색 7부 소매의 빈티지 재킷에 검정색 바지 차림이었다. 검정에서 보라, 이끼색, 연한 재색 등 깊이 있는 색채의 사용은 다양한 겹쳐입기를 통해 전체 컬렉션에 지적인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볼륨을 강조하는 최근 패션 흐름과는 달리 강씨는 여체의 가늘고 긴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주름과 접기, 드레이프 등을 통해 물 흐르듯 유동적인 선을 강조했다.

엠파이어 라인의 여신 드레스와 오브제의 전매 특허인 턱시도 칼라를 댄 다양한 길이의 재킷들, 느슨한 실루엣의 벨벳 드레스와 고급스러운 모피 조끼 등이 도도한 상류층 여성의 이미지를 담았다.

액세서리는 올 가을 유행이 점쳐지는 검은색 장미 코사주와 일본 기모노 특유의 허리 밴드인 오비를 차용한 넓은 허리 벨트로 압축됐다. 원피스에 넓은 벨트로 나긋한 허리선을 드러내주는 연출법은 비록 나르시소 로드리게스가 이미 몇 년전 뉴욕 컬렉션에서 소개한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지난달 26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구호’ 패션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괄목상대의 대상이었다. 너무 단아해서 다소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자인이 이번에는 동양의 색채와 아방가르드한 감각을 가미, 옷입기의 재미를 더 했다. 무대는 붉은 색 벽에 바짝 붙여 설치돼 관객이 마치 인형극을 관람하듯 한쪽에서만 모델들을 볼 수 있게 했다.

‘북쪽으로의 여행(Trip To North)’이라는 주제가 암시하듯 쇼는 티벳과 러시아 등 북아시아의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색채의 과감성이었다. 겨자색과 녹색, 빨강, 진청색, 오렌지색 등 여러 색상이 빚어내는 향연에도 불구, 접어 올리기나 주름잡기 등의 기법을 통해 표현돼 전위성은 한결 눅어들었다. 다양한 장식들도 눈길을 끌었다. 비즈와 구슬, 술 장식 등 손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세부 장식들은 호사스러움을 더했다.

또 커다란 여행용 가방과 장갑, 배꼽까지 늘어지는 목걸이, 모피 숄 등은 토탈 패션 브랜드로서 구호의 상품성을 적절히 소개하는 기회로도 훌륭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정구호

출신 학교: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 그래픽디자인 전공.

생년월일: 1962년 1월 5일

브랜드와 연매출액: 구호, 200억원

누가 고객인가: 전문직 여성과 미시족

단골 스타: 김지호 장미희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 마틴 마지엘라

2005 f/w 패션쇼의 소재: 북쪽의 느낌, 북아시아, 북유럽 등에서 보여지는 것들.

패션이란: 입고 다니는 생활속의 문화

올 가을 추천 아이템: 빅백과 텍스처 감이 있는 롱 재킷

▦ 강진영

출신 학교: 외국어대 졸업, 홍익대 산미대학원 의상디자인과 재학중 도미, 샌조村첵봬?아카데미 오브 아트칼리지서 공부.

생년월일: 디자이너가 늙는 것은 죄악. 노코멘트.

브랜드와 연매출액: 오브제, 오즈세컨, 와이앤케이, 하니와이, 올 가을 액세서리브랜드

루즈앤라운지 출시. 2005년 1,000억원 예상.

누가 고객인가: 드라마틱하고 품위 갖춘 새로운 여성들

단골 스타: 손예진 이나영 변정수, 아나운서 정지영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 사람 보다는 '열등감'

2005 f/w 패션쇼의 소재: 뉴 룩, 뉴 라이프, 뉴욕.

패션이란: 인간 삶의 '빵과 버터'

올 가을 추천 아이템: 하이 웨이스트 원피스 드레스와 모피 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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