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라, 럭키치약.”
LG생활건강이 1954년 회사 창립과 함께 첫 생산한 모태 브랜드 ‘럭키치약’ 되살리기에 돌입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10~20대를 겨냥해 맛과 색, 포장디자인 면에서 톡톡 튀는 고감성 프리미엄 치약을 출시하면서 ‘럭키스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럭키스타’는 럭키치약이라는 브랜드 아래 다양한 제품을 거느리는, ‘1브랜드-다(多)제품 체제’ 구축의 첫 출발점이랄 수 있다. LG생활건강측은 “구체적인 브랜드 포지션은 현재 논의중이지만 일단 고급화한다는 방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럭키치약은 현재 1,100원(75g)의 저가 범용제품으로 팔리고 있다. 이는 치약 평균 가격(1,600~1,700원)에 비해서도 싼 것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치약 탄생 이후 51년간 한번도 쉬지 않고 생산해왔다.
현재 LG생활건강의 대표 치약인 페리오치약(연 매출 500억원)에 비하면 왜소하기 그지없지만 럭키치약은 그래도 광고나 홍보를 일체 하지 않고도 연 100억원 어치가 팔리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럭키치약 부활 프로젝트는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맡고 있다. 차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생활용품사업부장을 겸직, 제품 구조조정의 야전사령관을 자처했다. 럭키치약에 대한 차 사장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부임하자마자 “럭키치약처럼 온 국민이 다 알고 어감도 좋은, 훌륭한 브랜드를 왜 처박아두고 있느냐”고 일갈했다는 것.
이 같은 복고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확보돼 있어 마케팅 비용을 적게 들여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스포티지, 프라이드 등 단종됐던 차들을 잇따라 신차로 부활시켜 히트를 친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스포티지, 프라이드와 비교해 훨씬 더 많은 광고비를 쏟아부은 투싼이나 세라토는 아직도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과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차들은 앞으로도 계속 부활시킨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않다. 한국화장품 역시 1962년 회사 창설과 함께 만들어진 브랜드 ‘쥬단학’을 5월부터 ‘템테이션’ 제품에 붙여 10여년 만에 되살렸다. 한때 ‘아모레 아줌마’와 나란히 화장품 방문판매를 주름잡은 ‘쥬단학 아줌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은 기능 못지않게 이미지에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상품인 탓에 논란이 치열하다. 회사 내부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중년층에 파고 들 수 있다”는 부활론과 “주요 소비자층인 20~30대에게 낡고 오래된 느낌만 풍길 수 있다”는 폐기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기아자동차는 스포티지와 프라이드를 내놓으면서 옛차라는 느낌을 배제하기 위해 광고에서 빨강이나 하와이안 블루 등 강렬한 색만 노출시키는 컬러마케팅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아무리 과거에 큰 명성을 얻었던 제품이라 할지라도 그에 걸맞은 마케팅이 없다면 빛이 바랜다는 뜻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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