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며칠 전 나비효과를 들먹였다. 이 달 초 대구 지역 의원들과 지역 경제인들이 골프를 함께 친 후 맥주병이 날아다닌 폭력사태를 두고 한 말이었다.
폭탄주가 서너 차례 돈 후 지역 경제인들에게 야당을 홀대한다는 불만을 터트리며 곽성문 의원이 병을 마구 던져 피를 흘리고 멱살잡이까지 갔다는 것인데, 스캔들 치고 대형 스캔들이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군 장성들과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회식자리에서 난투극이 벌어진 소위 ‘국방위 회식사건’을 연상시키는 오랜만의 정치권 폭력사건이다.
■강 원내대표는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개 짓으로 생긴 바람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잘나갈 때 조심하자’는 메시지였다지만 한나라당이 그 정도로 정말 잘 나가는지 의문을 일으킨다. 한나라당이 스스로 잘한 것이 무엇인가를 꼽아보라고 물어봤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워낙 죽을 쑤고 있다는 점에 그칠 것이고, 그 것이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기회와 힘이 되고 있다는 정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오히려 알아야 할 것은 한나라당이 병을 함부로 던져도 될 만한 실력과 여건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로 인해 잃어버릴 것을 걱정할 그 무엇이 많지도 않다는 점이다.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직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만든 것은 아마도 분장과 착시의 원리를 동원해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특수효과, 혹은 맹물 정도를 약으로 여기도록 해 치료효과를 얻는 위약(僞藥)효과 쯤에 현혹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하긴 대학 안 나온 사람은 대통령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폭언이 당 대변인의 입에서 마구 나올 정도가 되니 착각의 증세도 거의 안하무인 수준의 중증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일 뿐이지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몇 달 사이 오른 지지율이 적지에서 빼앗아 온 전과가 되진 못한다. 그걸 착각하고 경거망동하다가는 언제 어디서 부메랑 효과에 직격 당할지 모른다.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두고 한 쪽을 억제하니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 효과에 비유하기도 한다. 심각한 현상에 비천한 비유가 통하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유치하고 어지럽기 때문이다. 갖가지 효과 중에는 대체효과라는 것도 있다. 대체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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