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목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 하겠다.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 신도시 개발 등의 각종 계획으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골고루 부추겨 놓았기에 하는 말이다.
국토 면적은 일정하므로 토지가격은 계속 상승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기준시가를 올리고 ‘투기지역’을 지정하는 식의 대책은 차익 실현을 보장한다는 신호이므로, 돈을 빌려서라도 안전한 투자에 참여하려 할 게다.
그러나 당국은 정부 정책에 편승한 투자를 ‘부동산 투기’라면서 강력한 단속에 나선다. 한국은행마저 시장에 개입할 태세다. 불법거래나 탈세라면 법적으로 조치하고, 정상적 거래라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손해를 보면 모르는 척하고 차익을 남기면 가차 없이 세금을 부과하면 그만일 텐데, 굳이 투기 단속이니 특별 세무 조사니 하면서 새삼스럽게 떠들어대는 이유가 무엇일까.
투기(投機)에는 ‘끝까지 크게 깨달아 부처의 심기(心機)에 합한다’는 뜻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기회에 대한 투자가 투기다. 치밀한 판단으로 포착한 절호의 기회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적(知的)인 도전이 투기인 것이다. 따라서 아무나 투기자가 될 수는 없다. ‘투기학 입문’의 저자 야마자키 카즈쿠니는 ‘투기에 실패해 실망한 투기자가 투자자’라 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는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투기자의 원조인 셈이다. 그는 레버리지(차입 자본에 의한 투기)로 올리브유 시장에서 거부를 장만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모교인 케임브리지대의 회계를 담당했을 당시 주식 투기로 대학운영자금을 11배나 불렸다. 그는 ‘모든 생산 활동은 투기(speculation)‘라 했다.
투기시장에서의 자금운영 방정식을 개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도 있다. 오늘날 벤처캐피털이나 헤지 펀드는 무슨 일을 하나. 무수한 난관을 돌파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연구 성과도 미래의 희망에 투자하는 투기정신의 결실이라 할 수 있지 않나.
투기는 시장과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활성화한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투기는 결코 단속이나 억제의 대상이 아니다.
당국이 시장신호를 겸허히 수용하지 못하고 시장과 싸움만 벌인다면 시장이 왜곡되어 엉뚱한 렌트시커(rent_seekerㆍ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람)들만 이익을 챙기고 애꿎은 서민들은 도탄에 빠진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한 비관론이나 경기 침체는 투철한 투기정신의 결핍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조영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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