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를 놓고 김 전 회장 측과 검찰은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 전 회장 측은 기본적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금액이 부풀려졌다”, “지나친 법 적용이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낸 반면, 검찰은 “실정법에 따를 뿐”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 ▦㈜대우 등 4개 계열사를 통한 41조원의 분식회계 ▦이를 근거로 한 10조원에 가까운 대출사기 ▦200억 달러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명시했다. 이들 혐의는 모두 4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전직 대우 임원들에게 똑같이 적용됐던 것으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김 전 회장이 범행을 ‘공모’ 또는 ‘지시’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검찰과 김 전 회장 측 인사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현재 검찰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던 사실과 자신이 이를 지시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41조원으로 돼있는 분식 규모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과 98년 당시 2배로 치솟은 환율을 감안하면 실제 분식 규모는 훨씬 적다는 얘기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검찰은 97년 18조원, 98년 22조9,000억원을 더해 41조원이 라고 하지만 중복계산과 당시 환율을 감안하면 40%는 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분식 규모가 늘어난 점을 이해해 달라”며 “마치 우리가 돈을 빼 쓴 분식처럼 인식되지만 이자손실과 환차손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산국외도피에 대해서도 김 전 회장 측은 “모두 대우 해외법인의 채무탕감에 사용했을 뿐 개인적 용도로 쓴 것이 없다”며 “편법은 인정하지만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우로서는 빚을 갚아 해외 자산으로 남아있는 것인데 이를 간과하고 단순히 자금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갔다는 사실을 기계적으로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절차를 어긴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대법원도 이미 옛 외국환관리법과 외국환거래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처벌이 마땅하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김 전 회장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혐의가 바뀌거나 없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법원이 이미 유죄를 인정한 사안을 ‘인정(人情)론’이나 ‘불가피성’ 등의 참작사유로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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