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사장 인선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 무려 8개월째 사장이 공석인 공기업도 있다. 사장 자리가 비어있는 기간만큼 업무 공백의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 당국자들은 “공모제도를 통한 철저한 검증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무슨 검증을 몇 달씩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력 풀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 “여권 내 실력자들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파워게임을 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될 정도다.
사장이 장기 공석인 공기업은 부지기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3월30일 조우현 전 사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3개월째 공석이다.
3차례나 사장직 공모를 실시했으나 1차 때는 후보자가 검증 단계에서 거부됐고, 2차 때는 추병직 후보가 유력했으나 건교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무산됐다. 3차 공모에서는 건교부가 후보자의 승인을 거부, 결국 4차 공모까지 하게 됐다. 부사장 대행체제가 3개월이나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 공사는 더 심하다. 고석구 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8개월째 수장이 공백인 상태다.
고 전 사장이 올 3월25일 사표를 제출, 최근에야 공모에 들어갔지만 여의치 않다. 한국가스공사도 오강현 전 사장이 3월 정기주총에서 해임된 뒤 1차 공모에서 11명의 응모자 중 3명의 사장 후보를 정했으나 모두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결국 다시 공모중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15일 전임 원장의 임기가 끝났으나 새 원장을 선임할 총리실 산하 이사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후임자 선임이 안되고 있다. 소방공사, 지역난방공사, 정보통신진흥공사 등도 1차 공모에서 사람을 뽑지 못해 재공모를 진행 중이다. 보건사회연구원, 농촌개발연구원 등도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원장이 공석상태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측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태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능력과 함께 도덕성, 청렴성을 중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적임자 찾기가 어렵다”며 “공모제 정착을 위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인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달 말이나 내달초쯤에는 많이 결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기관장의 공백은 업무공백을 초래하는 등 대가가 크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은 “3개월째 사장이 공석이라는 것은 대외적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도 “중장기 계획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LNG 도입계약을 한 뒤 선박 발주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간부는 “신규사업 발주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여권 실세들의 힘겨루기 때문에 인선이 늦어진다”는 등 온갖 뒷말들이 나온다. 후보자들에 대한 음해성 정보나 투서도 나돈다. 공모제도 정착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공기업들이 할 일이 너무 많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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