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도피생활 5년8개월에 대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간 자신의 행적을 둘러싸고 숱한 추측과 의혹이 난무했지만 정작 검찰을 통해 전해진 당사자의 설명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의 대답이 진실인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과제다.
민유태 대검 수사기획관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김 전 회장이 대검 청사 도착 직후 털어놓은 몇 가지 사실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유랑 기간 동안 독일 수단 프랑스 베트남 등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각 나라마다 3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이 있어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머물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게는 일찌감치 인터폴을 통해 5단계 수배 조치 중 최고 단계인 적색수배령이 내려졌지만 소재 파악에는 결국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임의기구인 인터폴에는 강제력이 없어 해당국이 체포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사업상 필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1987년 4월부터 ‘세계경영’을 구상하며 동구권 개척을 추진했으나 당시 우리나라와 국교를 맺지 않았던 동구권에서 사업을 하기에 한국 국적으로는 제약이 많았다는 것이다. 국적 취득에는 유명 사업가라는 김 전 회장의 지위가 이점으로 작용했다.
단편적인 사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도피 기간 중 그의 구체적 행적은 베일에 가려 있다. 2000년 9월에는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저택에 머물던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됐다.
2002년 10월에는 태국에서 김용옥씨와 인터뷰를 가졌고 2003년 1월에는 미 경제주간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사태 이후 김대중 정부가 출국을 권유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에야 귀국을 결심한 것은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에 대한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그 동안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귀국을 미루다 4월 대법원 선고 이후 대우사태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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