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 24일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한반도의 공존과 동북아시아지역협력’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의 도요타재단과 아사히신문사가 공동후원하고 도쿄대 동북아시아 연구회와 도쿄대 사회정보대학원, 도쿄대 동양 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심포지엄을 기획한 도쿄대 강상중 교수는 동북아지역의 상호의존을 심화하고 광역적인 협력 가능성, 한반도 공존과 평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재일동포인 강 교수는 이런 목적과 가장 부합되는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대, 기념연설을 마련했다. 주일 한, 중, 러, 미국 대사들이 참가하는 패널회의, 일반인과의 질의답변 시간도 마련했다.
일본 근대 민주주의 역사에서 야스다 강당의 의미는 실로 크다. 지금은 소멸한 일본 학생운동의 아지트이며 1960년대 학생운동의 시작과 종말을 동시에 상징하는 건물이다. 김대중씨는 야스다 강당에 선 최초의 외국 원수급 인사가 되었다. 그런 곳에서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의미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다.
이메일과 엽서로 무려 1,700명이 신청했는데 좌석 관계상 이들 중 절반 정도만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옆방에서 행사의 실제 진행위원장을 맡았던 도쿄대 사회정보대학원의 한 선생님은 거의 1년 전부터 행사를 준비해 왔다.
선생은 전 식민지의 국가원수가 일본 최고의 아카데미에서 연설하는 것을 보니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고 감격해 했고, 세심한 배려로 성심껏 준비해 준 도쿄대에 감사를 표했다.
지난번 글에서 필자는 최근 일본이 전체적으로 우경화한다고 언급했으나,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행사개최도 가능한 토양도 함께 있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반 참가자의 대부분이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라는 것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실제로 경험한 고령층 세대는 일본의 아시아 외교, 동아시아의 평화와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일본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며 특히 아시아와 일본과의 역사, 정치문제에 대해 무지하다. 이것은 일본의 국가 정신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느껴진다. 일본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일본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할 청년들의 역사의식의 결여이며, 더욱 큰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 않는 점이다.
김상미 도쿄대 사회정보대학원 연구조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