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의 후임 인선 작업이 보름 가량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김승규 법무장관으로 낙점되는 분위기다.
김 장관이 국정원장 유력 후보로 부각된 데는 우선 고영구 원장처럼 법조계 출신인 김 장관이 국정원의 ‘탈(脫) 정치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정원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기 때문에 김 장관이 이미 철저한 검증을 받은 공직자라는 점도 고려됐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 듯 하다.
전남 출신의 김 장관이 국정원장으로 기용될 경우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빅 4’ 권력기관장의 출신지역 분포는 호남 2명, 영남 2명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여당에서 멀어져 가는 호남 민심을 붙잡기 위해 김 장관을 중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된 것도 국정원장 인선기류를 바꿨다는 해석도 있다.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한미정상회담의 사전조율 과정에서 미묘한 난제들을 잘 풀어내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유임시키기로 하면서 외교안보통보다는 법조인 출신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당초 고 원장의 사의 표명 사실이 공개된 직후만 하더라도 청와대 관계자는 “권 보좌관이 1순위”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정치력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걸고, “대북협상력을 갖춘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선택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후보군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권 보좌관과 정세현 전 통일장관 등 2명이 검토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윤영관 전 외교장관까지 후보군에 추가됐다.
청와대는 9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었으나 적임자를 고르지 못했고 기존의 3명 후보 외에 추가로 ‘α’ 후보를 찾기로 했다. 김 장관은 ‘3+α후보’ 검토 방침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카드다.
기존의 후보 3명이 밀리게 된 데 대해 청와대측은 “검증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없고 최적임자를 찾다 보니 김 장관이 떠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정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기존 후보를 둘러싸고 음해성 루머들이 난무해 “후보군을 공개한 채 국가 최고정보기관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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