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지람을 들으러 왔는데 큰 축복과 가르침을 받고 갑니다.” “황 교수의 난치병환자 치료와 인간 존중(정신)에 뜻을 같이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와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에서 만났다. 최근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한 정 대주교의 강론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회동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에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5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를 마친 뒤 “황 교수님이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치료를 위해 헌신하는데 감사 드리고 경축했다”면서 “황 교수 연구에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시길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황 교수는 “인간의 본성과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숙고의 깊이가 낮았다면 대주교님의 가르침을 교훈으로 삼겠다”면서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 과학자로서 대주교님과 시각차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대화내용을 전한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에 따르면 먼저 정 대주교는 “황교수 연구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배아, 즉 수정란을 복제해 치료에 활용하겠다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주교는 수정을 인간생명의 시작으로, 배아 파괴를 인간 파괴로 보고 있으며,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역시 인간배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황 교수는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줄기세포 연구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라는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착상의 가능성도 없다”며 생명으로 발전할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특히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천주교에서 지지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 성체줄기세포로 문제가 해결되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접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열린 자세로 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최대한 수용, 존중할 것을 당부했으며, 황 교수는 정 대주교의 풍부한 과학적 이해에 깊은 존경을 표한 뒤 “앞으로 연구 진행 상황에 따라 자주 찾아 뵙고 자문을 구하겠다”고 화답했다.
허 신부는 이날 만남에 대해 “천주교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양측이 서로를 설득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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