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은 한 마디로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밀어내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고, 일부 부유층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만연하던 변칙 자본도피를 양성화하겠다는 목적도 있는 듯하다.
이는 큰 틀에서 보면 외환수급기조의 대변화를 의미한다. 달러 고갈로 빚어진 환란 이후 7년여 동안 정부는 ‘유입촉진-유출억제’ 원칙을 고수해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4대 외환보유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과도한 달러유입은 경기 하강기에 환율급락을 초래, 경제운용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고 결국 정부는 외환수급기조를 ‘유입·유출 동시 촉진’쪽으로 바꾼 것이다. 달러가 들어오는 쪽의 장벽은 이미 제거됐고, 이젠 나가는 쪽의 장애물도 제거함으로써 외환수급의 균형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기업 및 개인의 투자자금 등 연간 10억~15억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경상수지에서만 276억 달러의 흑자를 낸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환율변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해 실물경기(수출) 부양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불법적인 자산도피를 양성화하려는 취지는 어느 정도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번 조치가 해외소비·투자만 부추겨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국내소비·투자를 더 침체시킬 우려가 있다. 또 부유층을 중심으로 만연하고 있는 재산유출에 합법성까지 부여함으로써, 원정출산→조기유학→국적포기→재산반출로 이어지는 반(反) 국민통합적 행태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해외투자가 이뤄진 뒤 가격이 폭락한다면 1980년대 일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붐의 붕괴처럼 장기불황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성급한 우려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해외투자 실상과 관련 제도간 괴리를 줄이고 현실화하려는 첫 시도”라며 “개인 해외투자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조치는 올 하반기에 종합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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