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는 오래 전부터 방은진 감독의 대단한 ‘내공’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다작에다 완성도도 뛰어난 방 감독의 시나리오에 유명 감독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메가폰을 잡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연극에서 시작해 ‘301 302’ ‘학생부군신위’ ‘산부인과’ 등 10여 편 영화에 출연, 묵직한 연기자로 인정 받던 그가 감독을 꿈꾼 것은 98년 즈음이다.
나이가 들어 마음에 드는 배역이 멀어지고, 어렵게 맡은 작품은 자주 엎어졌다. 그래서 연기이론서를 번역하고 단편영화 쪽을 기웃거리며 감독을 꿈꾸기 시작했다.
4년 전 마르시아스 심의 ‘떨림’을 각색한 시나리오로, 재작년에는 자작 시나리오 ‘첼로’로 감독을 선언했지만 두 작품 다 크랭크인까지 가지 못했다.
“평생 시나리오만 쓰다 끝나겠구나” 싶었다. 멜로물인 ‘첼로’의 시나리오를 본 강우석 감독은 극찬을 하면서도 “여배우에서 여성감독으로 제대로 변신하려면 멜로 보다는 좀 ‘쎈’ 영화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건넨 시나리오가 ‘입질’이라는 작품이었다.
“내 시나리오도 있는데 굳이 다른 시나리오로 입봉(감독 데뷔) 해야 하나?” 고민하다 한 달 만에 이를 본인 스타일의 ‘오로라공주’로 각색해 냈다.
촬영을 위해 래커차 위에 스무시간 넘도록 앉아있다 동터오는 하늘을 바라보던 어느 날은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이내 회복되더라고 했다. 우리 영화계에서는 매우 드문, 배우 출신의 괜찮은 여성감독 탄생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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