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5시25분 인천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빠져 나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분홍색 넥타이에 검정색 정장 차림이었다. 건강 악화 때문인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대기하고 있던 대검 중수부 수사진이 곧바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하자 김 전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에 응했다.
그러나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경찰과 취재진이 몸싸움을 벌이자 당혹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김 전 회장은 취재진을 향해 무언가 말하려는 듯 발길을 몇번씩 멈췄지만 검찰이 제지했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발길을 옮겼다.
김 전 회장은 트랙에서 입국장까지 검찰 수사관들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입국수속 절차를 밟았다. 1987년 프랑스 국적을 획득해 외국인 신분이었지만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발급받은 한국인 임시여행증명서로 입국심사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한국인이고 당당하게 검찰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귀국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답변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입국장으로 향했다.
김 전 회장이 입국심사를 거쳐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대우자동차 노조원과 민주노동당원 등 100여명은 ‘즉각 구속 사면불가’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김우중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처벌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들이 김 전 회장을 향해 물을 뿌리고 피켓 등을 내던져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준비했던 메모지를 꺼내 읽으려다 시위대들이 몰려 들자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옛 대우 관계자들이 김 전 회장이 하노이에서 친필로 작성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을 조심스럽게 취재진에게 배포했다.
김 전 회장은 오전 6시10분께 경찰 호송차로 공항을 빠져 나와 인천공항_서울 고속도로 갓길에서 회색 아반테 차량으로 바꿔 탄 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향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도착해 “모든 것은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조사실로 직행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이 기내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 귀국하게 됐다고 밝혀 향후 사법처리과정에서 건강문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 귀국 직전 베트남에서 건강체크를 한 아주대 병원 소의영 박사는 “김 전 회장이 협심증이 심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도 도피생활 때문에 몇 년째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0년께 심장질환으로 독일에서 9개월 가량 치료를 받는 등 해외도피생활 도중에도 각종 질병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