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도로변 가로수를 교체하면서 폐가로수를 베어내지 않고 조각품으로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주민들은 최근 읍내 중심가인 창선리와 신창리 가로변 4㎞의 수령 50년생 플라타나스 가로수를 모감주 나무로 교체했다. 플라타나스 나무는 잘라버리지 않고 다양한 모양의 조각품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플라타나스 가로수 교체를 추진한 것은 지난해말부터. 오랫동안 시내가로를 지키며 주민과 애환을 함께 했지만 나무가 너무 크고 나뭇잎도 넓어 상점간판을 가리는 등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일부 상인들이 교체를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잦은 가지치기 불편과 병충해 등을 이유로 아예 나무를 베어버리자는 주장도 나왔고 유서깊은 가로수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며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었다. 군으로서는 특정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들어줄 수 없다며 가로수 교체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장항읍 발전협의회가 중심이 돼 주민 스스로가 나섰다. 오혁성(54) 장항발전협의회장은 “관에서 소극적인 상황에서는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위해서 설문조사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발전협의회는 설문을 통해 가로수 교체 찬반여부를 묻고 대체수종 등을 결정했다. 설문결과 80%가 넘는 주민들이 가로수 교체를 찬성했고 수종은 발전협이 추천한 모감주와 홍단풍, 배롱나무, 과일나무중 모감주 나무가 60%로 가장 많았다.
이에따라 발전협은 가로수를 교체키로 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헌수(獻樹)운동을 벌였다. 1,2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100여명의 주민이 힘을 보탰고 관내 기관과 사회단체, 출향인사까지 헌수운동에 동참해 2,700여만원을 모았고 군으로부터 3,500만원을 지원받았고 4월 중순 모감주나무 280여그루를 식수했다.
문제는 기존의 플라타나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버리기엔 아까웠고 ,단단한 플라타나스의 특성을 감안해 나무를 조각품으로 만들어 거리를 가꾸자는 의견이 채택됐다. 우려와 달리 15그루의 나무를 솟대와 숫가락, 토끼, 물고기, 여성상 등 조각상으로 만들자 작품을 접한 주민들은 찬사를 연발했다. 사무실 앞에 조각작품이 있어 늘 감상하고 있다는 이현경(31)씨는 “가로수만 있던 거리에 조각품이 들어선 후 거리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라며 “주민들도 길을 가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등 호응을 얻고있다”고 말했다.
가로수정비추진위는 앞으로 미술대학생과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조각품 경연대회를 열어 나머지 나무를 작품화할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시나 속담 격언 등을 새겨넣은 석재 조각품을 가미해 시가지 전체를 문화의 거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장항읍 관계자는 “이번 가로수 교체는 주민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주민자치의 성과“이라며 “주민들의 가로수교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