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즘 소설이 잘 팔리지 않을까. 이를 두고 어느 작가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누구는 소설이 영화 등 영상매체에 밀려서 그렇다고도 하고, 혹자는 현실이 소설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데 세상살이 바쁜 와중에 ‘소설 나부랭이’를 왜 읽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 작가의 대답은 한 마디로 “인간에 대한 관심, 이웃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소설을 비롯한 문학을 통해 구하던 인간에 대한 관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돈”이라고 단정했다. 그의 말대로 온갖 재테크나 부자 되는 처세술을 얘기하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독차지한 것은 오래 된 일이다.
그 때 기자는 “맞는 말이야. 더 옛날 이야기지만 신문사에서는 ‘기자들이 자가용을 몰면서부터 버스 타는 서민들의 사연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지”라고 답한 기억이 난다.
그나마 신문 사회면에는 우리 이웃의 삶이 드러나 사라져가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때대로 보도된다. 당장 돈과 관련된 우리 이웃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관심거리다.
한 아줌마는 9일자 한국일보 11면에 보도됐다. 대학 청소용역원으로 일하는 50대의 박모씨가 임금 70만원과 폐지 등 재활용품 수집으로 버는 한 달 수입은 79만2,000원. 남편 입원비, 자녀와 본인 용돈, 학자금 대출이자에 경조사비까지 떼고 나면 저축은 물론 꿈도 꾸지 못하고 식비 17만원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계산해보니 밥에 두부 4조각, 콩나물, 김6장, 김치가 전부인 한 끼 식대가 944.4원으로 나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여성노조 등은 박씨의 예를 소개하면서 현행 64만1,840원인 최저 임금을 81만5,1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경우는 ‘아파트 부녀회’라는 이름의 아줌마들이다. 이른바 강남벨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이나 분당, 용인에 사는 이들의 집값은 30평대가 한 달 새 1억, 50평대는 1억5,000만원이나 올랐다고 한다.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부녀회가 시세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의 모든 매물은 평당 얼마는 되어야 한다는 게 입주자들의 의견”이라며 부동산중개업자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거나, 집을 팔 생각도 없이 매물을 내놓았다가 매수자가 나서면 거둬들이고 다시 내놓기를 반복해 호가를 올린다고 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정부가 강남 때려잡기에 나서지만 아줌마들은 여기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아줌마들이 정부의 정책 위에 있다”며 그들의 실력(?)을 인정했다.
위의 아줌마는 아마 곧 잊혀질 것이다. 이 달 말이 시한인 올해 최저임금 결정이 끝나면 한 끼 밥값 944.4원이라는 숫자는 또 1년간 우리들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릴 지 모른다.
하지만 또다른 부류와 관련된 부동산값 폭등 문제는 다르다. 서울시장도 혀를 내두른 강남벨트의 아줌마들로 상징되는 땅부자들은 지금 한국사회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단숨에 몇억 단위의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머니게임, 그들을 대리해 거품을 만들면서 마치 온 국민이 강남벨트의 큰 아파트에 살기라도 해야 할 것처럼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을 외치는 투기 세력, 서민을 대변한다는 구실로 정부 무대책을 비판하는 척하면서 기실은 이들의 ‘돈질’을 부추기는 일부 여론까지.
두 아줌마의 모습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 대신 탐욕만이 들어찬, 양극화해버린 한국 사회의 절망을 보는 것 같다.
하종오 사회부차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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