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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를 물로 보나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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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은 중요해도 한국 소비자는 찬밥?’

한국에 대한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이중 잣대가 비판에 직면했다. 세계적인 ‘테스트 베드’ 시장으로 부상한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첨단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애플 본사가 이달 초 미국내 아이팟 소비자 200만명을 대상으로 제품 하자에 따른 보상을 해주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이는 미국 내 사안이고, 본사의 공식 발표나 지침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2004년 3월 이전에 팔린 아이팟 초기 모델로, 미국 소비자 대표들은2003년 12월 이 제품의 배터리 지속 시간이 4시간에 불과하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번 합의를 통해 무료 배터리 교체나 50달러 상품권, 25달러 현금 등을 제공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은 당분간 애플 본사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발만 구르게 됐다.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지난 4월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예약 판매에 나서면서 예약 구매자에게 KT ‘네스팟’ 3개월 무료 이용권과 게임 타이틀 ‘글로레이스’ 등이 들어간 패키지를 32만8,000원에 파는 ‘특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SCEK는 그러나 예약 판매가 끝난 4월30일부터 직영점을 통해 남코의 ‘릿지레이서’ 타이틀과 이미지컨버터2 소프트웨어, 핸드스트랩, 액정화면 보호필름 등이 포함된 한정판매 패키지를 똑같은 가격에 팔아 거센 비난을 받았다. 나중에 팔린 직영 판매품이 소비자가 훨씬 선호하는 패키지여서, SCEK의 ‘특전’ 약속을 믿은 소비자만 손해를 본 격이 된 것이다.

지난 2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포털 한국MSN(www.msn.co.kr)의 뉴스 사이트가 해킹을 당했다. 미국 보안업체 웹센스에 따르면 이번 해킹은 MSN 사이트를 통해 리니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빼내려는 해커의 소행으로, 사건 당시 MSN 접속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MS측은 해킹후 1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명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MSN 관계자는 “피해 사실을 파악하는 즉시 서버 가동을 중단하고 코드를 삭제하는 등 신속히 대응했지만, 대외 발표는 절차상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지자 외국계 IT 업체들이 본사의 정책을 답습하는데 급급,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아이팟 제품 가격을 최대 13% 내렸다가 본사의 지적으로 급히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였다”며 “지사의 역할은 본사의 대외 창구가 아니라 현지 고객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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