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과 시각장애 등을 유발하는 유전병의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해 병명을 붙였다. 1976년 고려대 이호왕 박사가 유행성 출혈열 원인 병원체(한탄 바이러스)를 명명한 적은 있으나 한국 과학자가 질환의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이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김종원(45) 교수팀은 선천성 난청과 시각장애, 보행장애 등의 증상을 지닌 새로운 유전병을 발견하고 이를 ‘CMTX5’로 명명했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학술지 ‘뉴롤로지’ 14일자에 게재됐다.
이 병은 선천성 난청을 갖고 태어난 후 자라면서 시각장애가 심해지고 보행장애와 발 기형을 동반한다. 연구팀은 환자와 가족 등에 대한 임상 평가 등을 실시해 이 같은 증상이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유전 질환임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이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성염색체의 하나인 X염색체에 존재하며 열성으로 유전된다. 따라서 CMTX5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여성은 정상 생활을 하면서 자녀에게 유전 인자만 전달하며 남성의 경우에만 발병한다.
김 교수는 “CMTX5의 증상은 이전에 규명된 선천성 말초신경 질환인 ‘샤코_카리_투스(CMT)’와 비슷하다”면서 “그러나 정신지체나 지능저하 등 중추신경 장애를 지니지 않는 것은 CMT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CMT는 우리나라에서 인구 3,000명당 한 명 꼴로 발병하는 흔한 유전질환이지만 아직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CMTX5가 X염색체를 통해 유전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신약 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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