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전과 지폐 사이에서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피곤해서 조용히 가고 싶었습니다. 객차의 문이 열리고 한 시각장애인 아저씨가 들어오셨습니다. 운전면허 시험 준비할 때 본 시각장애인용 흰색 지팡이를 알아봤습니다.
그분의 가슴 앞에는 멜로디언이 있었습니다. 초록색 작은 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손으로 멜로디언을 연주하면서 지팡이로 앞을 확인하면서 지하철 안을 걸어갔어요.
처음엔 “아…또” 하는 기분이었는데 아저씨가 연주하신 음악을 들으면서 뭔지 모르게 좀 슬프더군요. 돈을 조금이라도 넣어드릴까 했지만, 지갑엔 1만원짜리와 5,000원짜리 뿐이라(그 흔한 동전도 그럴 땐 없네요) 부끄럽지만 그냥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떤 아주머니가 바구니에 동전을 가득 담아주시더군요. 다들 모른 척하는걸 보곤 나처럼 액수 큰 지폐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고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릴 역이 되어 문 앞에 서 있을 때쯤 아저씨는 잠시 쉬시곤 다음 객차 문을 열고 연주를 시작하셨죠.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 중에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도 있어요. 지하철이나 길에서 바구니를 볼 때 늘 고민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도 될까 하는 겁니다.
전에 어떤 아주머니가 거의 매주 은행에 돈을 입금하시는 걸 보고 굉장히 여유가 있나 아니면 알뜰한 사람인가 궁금해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주인에게 보태달라고 청해서 모은 돈이더군요.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나선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육신이 멀쩡하고, 세끼 밥을 먹을 수 있고, 몸을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이렇게 공부할 수 있고, 세상을 보고 듣고 말하고 느낄 수 있다는 건 소박하지만 가장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거나 말을 할 수 없게 되거나 들을 수 없게 되거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내 “안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그 아저씨의 연주에 잠시 귀기울였던 순간 왜 동전 하나, 1,000원 한 장 가지고 있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http://cielcage.egloos.com/1401968
■ 취미는 아마추어로 남고 싶다
취미가 직업이 되어 생계를 잇게 된다면 자신에게는 분명히 즐거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즐겁게 될 수도 있고, 어이없게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생계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다. 그 수단이 취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취미에서 멀어져 버린다. 취미임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취미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프로가 있고 아마추어가 있다. 프로는 기술을 이용해서 생계를 잇는 사람이고 아마추어는 생계의 도구가 아니라 즐거움을 누리는 도구로 기술을 쓰는 사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그 기술을 공유하면서 함께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때로 취미를 이용해서 생계를 잇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생계와 계속 연결된다면 취미라고 부르기는 힘들게 된다. 그것은 취미가 아니다.
취미는 취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취미는 취미대로 이용하는 아마추어가 되고 싶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프로가 된다면 신경 쓸 것이 많아진다. 취미에 신경쓰고 싶지는 않다. 취미는 취미대로 즐기고 싶다. 아마추어로서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즐거울 수도 있다. 어차피 이제는 프로와 아마추어, 그 경계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아니던가?
http://bnhikari.egloos.com/1377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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