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일 최신호(17일자)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미국의 국제법에 대한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국제법 위반은 냉전, 특히 조지 W 부시 정권 들어 급증했다고 이 주간지는 꼬집었다.
발효된 국제법과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지만, 미국에선 자국법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의회는 국가안보, 이념상 필요하면 이를 무시한다. 부시 대통령과 존 볼튼 미국 유엔대사 지명자가 대표적 위반자다.
볼튼은 “미국 주권을 제한하는 국제조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을 전쟁 명분으로 삼았지만, 전범처리에 관한 국제법을 무시하고 테러 혐의자들을 관타나모에 수용해 고문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면서 국제무역과 금융, 투자에 대해서는 국제기준을 타국에 강요한다.
ICC를 기피, 자국민의 ICC 소추면제를 인정하는 쌍무협정을 100여 국가와 맺고 있는 반면 대량학살이나 르완다 등에서 자행된 잔학행위를 처벌하는 ICC재판은 지지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국제법규와 제도가 자신들 이익에 부합할 때 준수한다”며 “다른 사람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그 자신(미국)을 옥죄는 형국”이라고 비꼬았다.
미 공화당은 헌법 해석상 외국법이나 판례를 인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추진중이다. 사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지만 많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사법부내 보수주의자들도 미국이 외국 ‘분위기와 패션’에 따르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피의자가 미국 내 인터넷 서버를 이용했다면 범죄장소가 미국이든 아니든 그를 인도받아 처벌토록 한 ‘전선(wire) 사기법’은 이 같은 아전인수식 입법의 실례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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