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정된 국적법으로 국적 포기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매년 해외로 입양되는 2,000여명의 입양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어진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국적을 지니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외국인이 되어버린 아이들. ‘자신의 핏줄이 아니면 안된다’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 유교관과 부족한 미혼모 시설을 이유로 한해 약 2,300명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 입양아들은 ‘국적’의 의미를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미성년일 때 ‘부모가 국적 포기를 결정’해 자식들에게 외국 국적을 안겨주는 것과는 달리, 1~3세 정도의 어린나이에 ‘타인의 선택’에 의해 외국 가정에 입양돼 그곳에서 자라게 된다.
해외 입양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들이 성장과정에서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친구들과 다른 피부색 등으로 인해 사춘기 시절에 겪게 되는 방황은 심하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직장에 취직을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입양아들은 많이 힘들어 한다. 해외 입양아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돌아와 ‘조국이 자신을 수출품처럼 팔아 넘겼다’며 해외 입양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는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의 날인 5월11일 이후 일주일을 입양 주간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국내 가정에서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이 기념일이 정작 국내 입양은 뒤로 한 채 해외 입양만 우선시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혼모시설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통념 때문에 국내에서 입양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 입양아가 훗날 성인이 되어 돌아와 “조국이 나를 또 한번 버린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부모에게 버려진 어린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대한민국 ‘국적’이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쉽게 버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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