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12일 전ㆍ현직 지도부 만찬 회동을 여는 등 내분 수습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당ㆍ정ㆍ청 갈등에 이어 염동연ㆍ 안영근 의원의 연이은 개혁당파 공격 발언으로 당내 노선 갈등마저 확산될 위기에 놓이자 지도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실용ㆍ개혁 진영간 갈등이 깊어진 상태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부영 전 의장의 긴급 제안으로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이뤄진 회동에는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는 물론 당 의장을 지낸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채정ㆍ 신기남 의원, 이부영 전 의원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천정배 의원 등 당내 수뇌부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은 선친 제사 때문에 불참했으나 결정 사항을 모두 따르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3 시간여 회동에서 계파 모임과 발언을 자제하고 문 의장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갈등만 키우는 발언들은 지도부가 나서 자제 시키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 개발에 적극 나서 당심과 민심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아보자는 다짐이다.
문 의장은 이날 “당이 정리되는 것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면서 조언을 구했다. 정동영 장관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동고동락하는 초심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문제, 특히 양극화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당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장관은 “당내 견해차가 부풀려져 악순환이 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 의원들이 할말을 하고 싶어도 절제하고 인내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임채정 전 의장 역시 “일체의 돌출적인 발언을 중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당이 초선의원 등을 통제하고 지휘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며 지도부 권한 강화를 주문했다. 이와 관련 문 의장은 중진들을 당 고문단과 자문위원회 등의 형식으로 활용하는 등 대책도 보고했다.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격상하고, 의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 역시 제시했다.
한편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한 염동연 의원이 뒤늦게 참석하자 임채정 전 의장 등이 사퇴번복을 요구하며 달래기도 했다. 염 의원은 “노선갈등, 인신공격에 대한 어려움, 호남여론 등을 감안해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당은 이날 만찬으로 수습의 모양새는 갖췄으나 이미 끓어오른 당내 갈등이 잦아질 지는 미지수다. 대충대충 미봉하기에는 계파간 지향점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서로에게 준 상처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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