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이루고자 한다는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좀 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회담 복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수 주 내에 회담장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점쳤다. 이들은 또 이번 회담을 통해 삐걱대던 한미동맹 관계가 원만히 봉합 됐다고 평가했다.
■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北 6者복귀 수주내 가능"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하면 북한과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자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한다.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교환하자는 게 북측의 입장인데, 북한 정권 교체를 언급해오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직접 이에 관한 언질을 주었다. 부시 대통령이 상당히 자제하면서 신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아주 좋은 신호이다.
미국은 북한의 2ㆍ10 핵보유 선언 등으로 경색된 현 국면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스터’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도 분위기 조성에 일조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번에 6자 회담으로 복귀할 좋은 명분을 제공받은 것이다.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시점을 점칠 수 없지만 적어도 수 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전체 회담 결과는 매우 잘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부시, 많이 참은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메시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감안,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역점을 두었다. 부시로서는 많이 참은 것 같다. 북한이 이번에도 호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제 미국은 외교적 노력이 소진됐을 경우 강경책을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당한 명분을 축적했다. 그때가 오면 판이 달라질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개개 전 새로운 입장과 인센티브를 밝히지 않았지만 6자회담이 열릴 경우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하지만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생각하는 구도대로 회담이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점을 이해하고 속히 6자 회담장으로 나와야 한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도 회담에 나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껏 ‘시간은 내 편’이라는 생각에서 ‘핵 보유국가 인정’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지만 이제는 그러한 전술의 유효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미 갈등 원만하게 봉합"
이번에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과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은 외교적 노력이 소진될 경우 소위 추가적 조치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북한 역시 한미 양국의 이러한 입장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북핵 문제의 경우 지난해 6월 3차 6자 회담에서 미국측이 제안했던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자신들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책임을 북한 쪽으로 넘겨 부담을 덜었다.
한미동맹의 경우 근본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세부적인 이견은 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됐다. 장기적 차원에서 한미동맹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은 성과다. 일단 갈등으로 비쳐지던 부분이 봉합된 상황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 회담은 이미지 홍보용 성격이 짙다. 양측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공동성명도 없었다.
■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 "6者 재개 마지막 길 열어"
상당한 의미가 있는 회담이다. 6월을 기점으로 미국이 강경기조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미국은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 재확인됨으로써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북핵 문제의 경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마지막 길을 열었다. 양국이 강경 조치에 합의할 경우 남북관계까지 경색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대화로 풀기로 함으로써 6자회담 진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언급한 것은 그 동안 부시 행정부가 무시했던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북핵 해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 결과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한미간 균열을 꾀하는 상황에서 틈새가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6ㆍ15 행사와 장관급 회담을 통해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긴장도를 높여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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