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 덕분에 은행들이 지난해 1,7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보게 됐다.
12일 금융감독원이 열린우리당 김종률ㆍ이근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이 작년 1년간 ‘잡이익’으로 처리한 휴면예금은 1,686억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행 규정상 5년간 거래가 없는 휴면예금은 은행이 잡이익으로 편입할 수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596억4,600만원을 이익으로 처리했으며 우리은행도 253억1,700만원을 이익으로 편입했다. 이어 제일ㆍ하나ㆍ외환은행도 각각 100억원 이상의 휴면예금을 이익으로 처리했다.
18개 은행 가운데 13개 은행은 잡이익으로 처리한 휴면예금 계좌를 잔액별로 구분했는데, 잔액 10만원 이상인 상대적 ‘고액휴면예금’계좌의 예금합계가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잔액 10만원 이상의 휴면예금에 대해선 잡이익 편입전 고객에게 사전통지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경우 전체 휴면예금 잔액의 50~60% 정도만 해당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여전히 40% 이상의 휴면예금에 대해선 사전통지없이 잡이익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휴면예금 사전고지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통지대상 금액을 5만원이나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률 의원측은 “휴면예금 사전통지제가 빨리 도입돼야 하며 통지 대상 계좌의 잔액기준도 가능한 낮춰야 한다”며 “은행권의 자율추진이 지지부진할 경우 은행법 개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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