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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의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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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의 모내기

입력
200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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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_7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농촌이 이모작을 했다. 보리를 베어낸 논을 바로 갈아 엎어 모내기를 했는데 장마 전에 모내기를 마치려면 말 그대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고 부엌의 부지깽이까지 바빴던 시절이다.

요즘엔 노인들만 남은 농가가 많아 일손 부족한 것은 여전하지만 농번기의 열기는 훨씬 못하다. 보리농사를 거의 안 짓고 기계 모내기를 많이 하는 탓이지만 쌀 수입 개방으로 농민들의 한숨이 높아진 이유도 크다.

△북녘 땅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요즘 북한 전역에서는 막바지에 접어든 모내기 투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당 간부와 국가기관의 사무원, 학생소년들,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전 주민이 협동농장에 나가 모내기를 돕고 있다. 평양의 모든 사무기관에서 거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평양서 현지 방송을 하고 있는 미국의 abc방송은 평양 거리가 텅텅 비어 있다고 전했다.

남한에 미군의 F-117 스텔스 전폭기가 전개되는 등 ‘비상한 시기’인데도 인민군대까지 대거 모내기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북한에서 모내기 철에 주민들의 농촌 지원 활동은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한층 유난스럽다. 올해 농업을 주공 전선으로 내세워 식량증산을 위한 총동원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농사를 잘 지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절박한 문제는 없다”며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예술가들도 “반미 대결전, 사회주의 수호전의 가장 첨예한 전선의 하나인 농업전선”에 나서서 논두렁을 돌며 순회 공연을 한다.

△ 그러나 북한이 전 주민을 모내기 지원에 동원하는 등 아무리 몸부림을 친다 해도 북한 자체적으로는 식량난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낙후한 농업기술, 농지와 비료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들 탓이다.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도 매년 1억 달러를 넘던 것이 올해는 6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미국 등 식량지원 큰손들의 지원 피로(donor fatigue)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8월에 가면 북한주민 360만명이 기아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농업분야에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하는데 자력갱생만 외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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