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강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적자생존원칙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속적인 고유가라는 복병을 만나 기술 관련 기업들이 석유 관련 기업들에게 밀리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애플컴퓨터, 구글 등은 오히려 디지털, 인터넷 시대의 흐름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면서 500대 기업 진입에 성공했다.
11일 FT가 발표한 순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50달러를 육박하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셰브론텍사코 등의 석유사들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은 시가총액 3,822억 3,310만 달러를 차지하며 2년째 1위를 차지한 제너럴일렉트릭(GE)과 불과 16억 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애플컴퓨터는 다른 IT 기업들과 달랐다. 2000년 340위를 끝으로 한번도 순위에 들지 못한 애플컴퓨터가 디지털 음악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를 대히트 시키며 159위에 오른 것이다. 기업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고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다는 진리가 어김없이 입증된 셈이다.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도 인터넷 기업 환경을 주도하며 시가총액 207억 1,430만 달러를 기록, 279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순위에 올랐던 기술 관련 기업들의 25%가 올해 순위에서 떨어져 나가는 가운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인터넷 시장을 개척한 결과다.
비즈니스위크도 “세계 네티즌 10억 명이 수시로 뭉치고 흩어지면서 기업의 생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집단으로 성장했다”며 “기업들은 이제 비용과 위험을 크게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 환경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18위 순위 유지도 눈에 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판매부진에 허덕이며 189위에서 359위로 곤두박질 쳤다. 도요타는 소비자들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개발하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FT는 “판매 부진 등으로 GM의 채무가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며 “도요타는 조만간 GM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최대의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도 비록 올해 순위는 4단계 하락했지만 월마트를 제치기 위해 올 1월 면도기로 유명한 질레트를 57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FT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비즈니스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생긴다”며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적응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200개 이상의 기업을 이 순위에 진입시켜 여전히 선두를 지켰으며 일본, 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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