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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9) 숙명여중·고 (1906. 5.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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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9) 숙명여중·고 (1906. 5. 22~ )

입력
200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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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순수민간자본으로 세워진 민족 여성사학 숙명여자 중ㆍ고교가 내년 5월22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0년간 6만5,000여 여성인재의 산실로 이름을 떨쳐온 숙명은 역사가 오랜 다른 학교들이 기독교 등 종교자본에 의해 세워진 것과 달리 일체의 종교적 색채가 없는 순수 민족사학으로 여성교육의 일익을 담당해왔다. 새로운 100년을 맞는 숙명여중ㆍ고는 명실상부한 명문 여성사학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전통을 디딤판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 인성을 갖춘 유능한 여성지도자 육성

“밝고 다습고 씩씩하게 나라를 사랑하자. 민족을 사랑하자. 자기와 가정과 학교를 사랑하자”를 교훈으로 하는 숙명여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안으로는 건전한 가치관과 도덕적 자질을 함양해 공동체 의식을 갖춘 민주시민을 길러내고, 밖으로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세계시민을 육성해 궁극적으로 가정과 학교와 나라와 세계를 사랑하는 전인적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 100년을 관통해온 이 학교의 교육목표다.

새로운 100년을 맞는 숙명여고의 21세기 교육목표도 역시 인성계발에 있다. 선진정보와 지식사회화를 표방하는 21세기에 맞춰 인성도야와 적성계발을 통해 인성을 갖춘 유능한 여성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숙명은 다양한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등을 펼쳐오고 있다.

신문반 방송반 연극반 도서반 등 24개 동아리와 73개 특별활동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아름다운 가게’와 자매결연을 맺어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여는 등 ‘더불어 사는 삶’을 모토로 한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1학년 1개반이 하루동안 생활관에 머물면서 전통예절과 다도, 상 차리기 등을 배우며 여성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생활관 교육도 오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학교는 교사들의 견문을 넓히는 데도 남다른 힘을 쏟고 있다. 일찍이 1990년부터 150여명의 전 교직원이 단계적으로 미국 일본 동남아 등 3개 지역의 역사ㆍ교육 탐방을 위한 연수를 다녀왔으며, 개교 100주년인 내년에는 동창회 후원으로 전 교직원이 중국 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외국 자매학교와의 교류도 활발해 2002년 외국인 대학생과 교사들이 숙명을 방문한 데 이어 2003~4년에는 교직원과 국제이해반 학생 40명이 일본 자매학교를 탐방하기도 했다.

◆ 다채로운 100주년 기념행사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가장 역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행사는 내년 5월22일 페스티벌 형식으로 치러지는 개교기념식이다. 개교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개교기념식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같은 대규모 공연장에서 대대적으로 치러진다. 중ㆍ고교 재학생과 교사, 졸업생 학부모 퇴임교사 등이 한 데 어울려 유명 음악가를 초청한 음악회와 역사를 주제로 한 연극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중이다.

100주년 기념관 건립과 숙명 100년사 및 100주년 기념 화보 제작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념사업. 현재 단층건물인 생활관을 150평 규모의 5층 건물로 개축해 만들어지는 100주년기념관은 졸업생 각 기수마다 5,000만원의 건립기금을 모금 중이며 내년중 착공된다. 생활관과 숙명사료관, 동창회관 등이 이곳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동창회인 ‘숙녀회’와 공동 주관으로 만드는 ‘숙명 동문 100인 문집’은 문화ㆍ예술계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낸 학교 전통을 반영한 사업이다. ‘숙명은 나의 인생에 어떠한 의미로 내재되어 있는가?’를 주제로 한 이 문집에는 소설가 박완서 한말숙씨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동문들의 회고를 통해 교육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그 전통을 21세기 시대정신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기획됐다.

미술계 동문들도 내년 5월 서울갤러리에서 ‘숙란전’이라는 이름으로 100주년 기념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며, 미술인 모임인 ‘숙란회’ 소속 동문 조각가들은 교정 중앙 분수대 자리에 놓일 100주년 기념 조형물을 준비 중에 있다.

지난 100년간 배출해온 사회 각계의 여성 인재들과 동문들은 학교의 가장 큰 자산이다.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많은 동문들이 숙명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힘을 보태고 있다. 다양한 100주년 기념행사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98년부터 동문들을 대상으로 펼쳐온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에 현재 약 1,000명의 동문이 참여, 십시일반의 정성을 모으고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 안명경 숙명여고 교장

“제가 받은 숙명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1999년 9월 취임한 안명경 교장은 71년 가정과목 교사로 부임해 34년간 숙명의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숙명여중ㆍ고교를 졸업한 동문 출신 교사ㆍ교장이기에 재학시절 6년까지 합치면 무려 40년째 ‘숙명인’으로 살아오고 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안 교장은 숙명이 입시공부에만 매달리는 학교가 아니라는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아무리 시대가 달라지고 교육이 바뀌었다고 해도 인성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다양한 특별활동을 통한 적성계발, 독서교육과 봉사활동 등의 전통이 학력신장에만 매달리는 많은 학교들과 차별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을 위해 안 교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독서교육이다. 숙명은 현재 교실 12개 크기의 300평 규모의 도서관에 5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2명의 사서교사가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지도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00여명이 200여권의 책을 대출해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책읽기 운동 2004’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안 교장은 “예전에는 명사초청 강연회가 참 많았으며 문예강좌에서는 서정주 박목월 조지훈 시인이나 소설가 박완서씨 등이 직접 학교로 와서 강연을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유명한 분들이 어떻게 일개 고등학교에까지 오실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으며 그 분들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문학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명사 및 동문초청 강연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안 교장은 졸업생과 재학생의 깊은 유대를 숙명의 특징으로 꼽았다. 문화ㆍ예술계의 선배나 사법시험 합격자 등 사회 각 분야의 동문들을 초청하는 ‘선ㆍ후배와의 만남’ 자리를 잇따라 열고 있으며, 중ㆍ고교를 합해 6만5,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숙명동창회 ‘숙녀회’에서도 인성교육과 진로교육에 대한 강연회를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 걸어온 길

숙명의 100년 역사는 1906년 5월22일 고종황제의 계비인 엄순헌 황귀비가 하사한 용동궁터와 경비로 세워진 명신여학교(明新女學校)에서부터 시작된다. 명신이라는 교명은 ‘도(道)는 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며 지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는 대학(大學)의 세 강령 ‘명명덕(明明德)ㆍ신민(新民)ㆍ지지선(止至善)’ 중 ‘명명덕’의 명과 ‘신민’의 신을 따 지어졌다.

정숙한 품성과 현명한 지혜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여성교육과 민족의 정통성과 자주성에 입각한 구국애족을 지향하는 민족교육의 두 축을 창립이념으로 하는 명신여학교는 1909년 숙명(淑明)으로 교명이 개칭됐다. 영친왕(英親王)의 아호인 명신재(明新齋)를 학교 이름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개교 당시 숙명은 11~25세의 양반집안 규수를 대상으로 한 귀족여학교.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미혼뿐 아니라 기혼여성에게도 입학자격이 주어졌으나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의 유교윤리로 인해 창립 당시에는 남자교사가 없었고 1908년에 이르러서야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남자교사 4명이 부임했다.

초기에는 소수의 학생으로 출발해 1910년 1회 졸업생 4명을 배출한 숙명은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사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3ㆍ1운동에 전교생 약 200명이 참가해 이은혜 조경민 등 많은 학생들이 체포됐으며, 1927년에는 일본인 교무주임의 사퇴를 요구하며 일본화교육 반대 항일동맹 휴학에 돌입해 1개월간 휴교 조치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민족 여성 사학 숙명이 100년의 역사동안 배출해낸 여성인재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와 최초의 여성변호사 이태영을 비롯해 비행사 권기옥, 춘원 이광수의 부인이자 의사였던 허영숙 등 사회의 선구적 여성들을 배출해냈다. 특히 소설가 최정희 박완서 한말숙 권지예, 무용가 최승희, 조각가 김정숙, 화가 황주리 등 많은 동문들이 문화ㆍ예술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학계에선 장 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동문이며, 광고계의 문애란 웰콤 대표,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등도 숙명을 빛낸 인물들이다. 방송ㆍ예능계에서도 탤런트 신애라 정선경 나현희 명세빈 송혜교와 아나운서 오유경 강수정씨 등이 숙명 출신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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